주택담보대출 시 대출자 상환 능력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지방은행이 울상이다. 지역민이 주요 고객층인 지방은행은 더 이상 대출자산을 늘려 수익성을 올렸던 기존 영업방식을 고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없는 비수도권도 앞으로는 소득심사를 추가해 사실상 DTI를 도입한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상당수 고객이 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제2금융권에 대한 관리는 빠져 가계부채 억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 주민을 주 고객으로 삼는 지방은행은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른 부동산, 기타소득, 카드 명세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했지만 이제 원천징수영수증 등 확실한 소득증빙을 내야하기 때문에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며 “또 DTI 60%가 지방에 적용되면 상당수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때 담보가치만 따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득심사를 추가해 DTI 규제를 도입한다. DTI를 산출해 60% 넘으면 고부담대출로 인식돼 분할상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원금을 처음부터 갚아야하기 때문에 대출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원금 분할상환대출 비율이 35%인데 규제가 적용되면 10%내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투자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자들은 이제 대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이번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상호금융권, 저축은행에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채무 과다자, 자영업자들은 은행에서 대출 거절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비거치식·분할상환이 부담스러운 수요자가 은행에서 DTI 60% 대출을 받고 나머지 금액은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상호금융 업계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 등 대출규제가 은행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은행권에 뺏겼던 대출수요를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어느 정도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상호금융도 비거치식·분할상환 비중을 15%까지 맞추도록 지도하고 있어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은행 금리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고객군이 겹치지 않는다”며 “은행권 대출심사가 깐깐해져도 저축은행 풍선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