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명가’ 토요타에 대응하기 위해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신형 K5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K5 하이브리드는 언덕길을 힘겹게 올랐던 전 모델보다 힘이 확실히 좋아졌다. 공기역학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17㎞/ℓ 수준의 연비, 3000만원대 가격 등 다양한 매력을 갖췄다.
K5 하이브리드를 타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인천 정서진까지 72에 이르는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연비와 가속성능을 알아보는 데 중점을 뒀다.
K5 하이브리드 외관모습은 기존 K5와 닮은 듯 달랐다. 전면부에는 냉각수 온도와 주행 속도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덮개를 자동 개폐하는 외장형 액티브 에어플랩(AAF)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이는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도 냉각수 온도를 효율적으로 낮춰 연비를 향상시킨다. 전·후면 범퍼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
인테리어는 최근 기아차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는 내비게이션, 공조기,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 공조기 조작 버튼 등이 수평으로 배치돼 있다. 기어박스에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주행모드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페시아(계기판)는 배터리 충전 상황, RPM, 속도 등을 알려준다.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주행상태, 주행 방향, 운전모드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뒷좌석은 성인남성 3명이 앉아도 여유로울 만큼 넉넉했다. 시트에는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가 장착돼 있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배터리가 트렁크에 있어서 짐을 만이 실을 수 없었다. 하지만 K5 하이브리드는 배터리를 스페어 타이어 공간 내부로 이동시켜 425리터의 공간을 확보했다.
K5 하이브리드는 2.0 GDi(직분사) 엔진과 38kW급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기존에는 2.0 MPi 엔진과 35㎾급 전기모터를 사용했다. 파워트레인(동력장치)가 달라지면서 최고출력은 기존 150마력에서 156마력으로, 최대토크는 18.3㎏.m에서 19.3㎏.m로 높아졌다. 변속기는 일반 6단 변속기에서 전용 6단변속기로 교체됐다. 전용 6단변속기는 고전압용 단독 구동형으로, 전동식 오일 펌프를 사용한다. 동력전달 효율성이 일반 변속기에 비해 높은 게 특징이다.
시동을 켜고 전기 모드로 운행을 시작했다.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속도가 시속 40㎞가 넘어가자 전기모터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K5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최대토크가 20.9㎏.m이다. 가속페달 조절만 잘하면 시속 120km까지는 전기차(EV)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어느새 엔진이 개입했다. 시내에서 시속 20~60km 속도로 주행한 결과 약 27㎞/ℓ의 연비를 얻을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서는 속도를 시속 80㎞ 이상으로 올렸다. 처음 치고 나갈 때는 순간 연비가 10㎞/ℓ 이하로 떨어졌지만 어느새 20㎞/ℓ 이상으로 올라갔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구동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시속 100㎞까지 높여도 19~20㎞/ℓ 대의 평균 연비가 유지됐다. K5 하이브리드는 ‘회생제동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감속 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주행하면서 배터리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시스템이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최종 연비는 19.8㎞/ℓ다. 주행구간의 80%가량이 고속구간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높은 결과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크루즈컨트롤보다는 직접 발로 가속페달을 조작할 때 더 높은 연비가 나타난다. 차의 특성에 익숙해지면 훨씬 높은 연비도 구현이 가능하다.
K5 하이브리드는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차량이다. 높은 연비와 뛰어난 디자인은 수입차 못지 않다. 가격도 저렴하다. 최고급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을 선택하면 기본 가격 3139만원이다.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UVO 2.0 등을 포함하는 풀옵션을 장착하면 3682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3500만원대로 떨어진다. 캠리 하이브리드(3990만원), 파사트 디젤(3916만원) 등 경쟁모델 가격 경쟁력도 높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