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SW창업 60% 1년이내 문닫아…경력자는 치킨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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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소기업청 창업지원 자금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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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이 문을 닫고 있다. 청년 창업이 늘었지만 기술과 경험, 자금 부족이 치명적 약점이다. 대기업과 대학 등 기술지원은 물론 경험을 축적한 경력개발자 창업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6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청 창업지원 예산 7400억원 가운데 78%(5800억원)가 청년과 대학생에 집중됐다. 대부분 아이디어·기술창업, 지식서비스 산업 등 ICT 분야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실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ICT 창업을 장려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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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내 SW스타트업 창업자 연령, 성별 분포

청년·대학생이 주도한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도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오픈서베이가 국내 SW 스타트업 147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창업자 중 72%가 20·30대였다. 여성 창업자도 22%나 됐다. 50대는 2%에 그쳤다.

청년·대학생이 SW스타트업에 몰리는 것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SW기업 창업비용은 평균 3000만~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업종 평균 창업비용(2억1000만원) 4분의 1도 안 된다. 금액도 다양한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마련할 수 있다.

창업 이후 폐업하는 사례도 많다. 2013년 창업기업중 SW 기업은 66%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해 폐업률은 60%에 달했다. SW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이 1년 안에 문을 닫았다. 아이디어 창업 이후 상품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아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청년·대학생 창업 실패는 기술과 경험 부족이 원인이다. 상당수가 기술, 사업에 깊은 이해보다는 단순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화하는 것도 어렵지만 쉽게 경쟁사에 노출된다. 정부 역시 창업비용 지원에만 집중한다. 창업자 수만 늘린다는 비판이 따른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으로 대학생이나 청년이 창업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아이디어에 치중됐다”며 “정부가 단순 자금지원 같은 양적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어린 창업자를 위한 컨설팅, 실패 관리 등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SW 경력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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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기술직군 실질 퇴직 연령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SW 개발자 실질 퇴직연령은 평균 45세다. 통신기기·반도체(50세), 자동차·조선·일반기계(55세)보다도 최고 열 살 이르다. IT기업 대부분은 은퇴를 앞둔 40대 개발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정부가 진행하는 경력자를 위한 재창업 프로그램도 중기청 ‘시니어 기술창업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20억원 안팎 예산으로 사무실 지원이 고작이다. 수많은 은퇴 개발자들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치킨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유영창 FA리눅스 대표는 “국내 굴지 대기업 개발자도 40대가 넘으면 회사를 나오는 때가 많은데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재활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창업을 장려해 실패 확률을 낮추고 젊은 개발자를 채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IT벤처 산실인 미국도 성공한 기업 창업자는 대부분 SW 경력자다. 기술투자 펀드 블룸버그 베타에 따르면 성공한 미국 IT벤처 창업자는 평균 38세에 회사를 세웠다. 이들 중 53%가 기술경력을 보유했다. 다른 벤처회사 근무 경험도 16년이다.

정부는 단순 아이디어 위주 스타트업 지원 비중을 줄여야 한다. 대신 전문영역에서 기술, 경험을 가진 스타트업 지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대학생 창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경력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 등 예비창업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대학생과 청년에게 창업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창업가 정신을 연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경력자에게 실질적 창업을 지원해 성과를 묻고, 이들로 하여금 청년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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