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비량이 최근 5년간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주 소비처인 자동차 등록대수가 소폭 늘어나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신차 효과보다는 저유가로 인한 전반적 소비 증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6일 대한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누적 석유제품(휘발유·경유·등유) 소비량은 총 2억464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나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1·12월 두 달간 큰 이변이 없는 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대표 수송 연료인 휘발유, 경유 소비량은 각각 6382만배럴, 1억2903만배럴로 전년대비 4.2%, 7.9% 늘었다. 휘발유, 경유 합계 소비량은 지난 8월과 10월, 처음으로 월 2000만배럴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 같은 수치는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을 웃돈다. 올해 10월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총 2083만4400여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2% 늘었다. 신차 효과 보다는 차량 주행이 더 늘어난 셈이다.
등유 10월 누적 소비량은 1180만배럴로 지난해 대비 9.6% 늘었다. 등유는 주로 난방용 연료로 사용되는데 최근 전기, 가스 등 대체연료 소비량이 늘면서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 1~3월 겨울철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난방 연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와 상반된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가격도 급락했지만 우리나라 소비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석유제품 소비량은 총 2억3374만배럴로 전년 대비 0.6%가량 줄었다. 석유 제품 가격이 소비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시차가 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송·난방용 석유제품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소비량은 자동차 수가 늘어나면 가장 빠르게 반응하지만 이제는 저유가로 인한 소비 심리 회복도 일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달 유류비 예산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과거보다 소비량은 더욱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