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 중국 진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관세 철폐 등 기회요인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수입 장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을 모은다. 중국 정부가 개방하는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세계 2위 중국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국내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2005년 325억위안(약 5조8974억원) 수준이던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해 8배 이상 증가한 2235억위안(약 40조5563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6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시장은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성장도 함께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공립병원 수는 줄었지만 민영병원은 12% 증가했다. 대부분 고급병원이다. 의료장비도 첨단화, 고급화됐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 성장과 한중 FTA는 우리 산업에 큰 기회다. FTA 발효 후 수혜가 예상되는 의료기기는 치과용 엑스레이와 환자감시장치다. 두 제품은 현행 4%인 관세가 5년에 걸쳐 철폐된다.
이중 치과용 엑스레이는 중국 상황을 비춰볼 때 전망이 밝다. 중국인 90% 이상이 각종 치과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는 약 11만명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치과병의원 수를 5배로 늘린다. 늘어나는 병원만큼 관련 장비 수요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의료기기를 포함해 전반적 인프라 구축에 굉장한 투자를 한다”며 “FTA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도 유럽과 미국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에 대응하는 무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
바텍은 지난해 중국 대형 의료기기 유통업체와 손잡고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팍스아이’를 판매했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까지 구축했다. 임플란트와 같은 고가 시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고사양 CT 제품 판매도 추진한다.
멕아이씨에스도 환자감시장치 등 FTA 수혜 품목을 대상으로 중국 진출을 준비한다. 중국 내 협력업체와 함께 현지 생산설비까지 구축한다. 이 밖에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청도에 1000병상 규모 병원을 설립한다. 이를 의료 정보화 기술 전파에 교두보로 활용할 방침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등도 헬스케어 ICT 융합컨소시엄 연구를 통해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발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 국산제품 활용정책이 걸림돌이다.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국산 의료기기 사용율을 50%까지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위해 수입 제품에 대한 인허가 과정을 강화했다. 또 중국 지방 정부별로 제각각인 의료 정책 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등 수익 높은 제품은 중국 정부가 개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는 “중국정부 국산 의료기기 도입 정책과 외산제품 등록절차 강화는 우리나라 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FTA가 체결됐다고 해서 무조건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병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중국 의료기기 생산 인프라 수준이 높아져 우리나라 기업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정부가 국산화하는 제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기업이 장악한 제품 등을 파악해 우리나라 기업이 강점을 가진 제품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