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위안화가 마침내 세계 3대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일(이하 현지시각)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와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에 이어 다섯 번째로 SDR 통화 역할을 한다.
SDR은 IMF가 1969년 국제준비통화인 달러와 금의 문제점 보완을 위해 도입해 1970년에 정식 채택한 가상 통화이자 보조 준비자산이다.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SDR통화를 인출할 수 있다.
위안화 SDR 편입 비율은 10.92%로 정해졌다. 미국 달러(41.73%), 유로(30.93%)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편입 시점은 내년 10월 1일부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집행이사회 결정 후 “위안화 SDR 통화 편입은 중국의 세계경제 통합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며 “세계 경제 여건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SDR 편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위상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SDR 바스켓 편입 비율만큼 위안화를 보유하기 때문에 위안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금융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고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위안화는 2025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는 0.3%로 미미하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으로 자본 유입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변동성 완화로 중국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 중국 기업은 자국 통화를 무역에 사용해 거래 비용과 환리스크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더 쉽게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위안화 가치 폭락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을 주저했던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라는 칼을 빼들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시장 투명성도 높아진다. 중국은 앞으로 통화정책을 포함해 금융시장과 관련한 압력을 받게 된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되면 5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금융시스템 견제와 개선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잦은 시장개입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같은 수준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중국 위안화 SDR 편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SDR 편입이 당장 중국 실물경기를 부양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자연스럽게 결제 수단으로 이용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선 미국 달러화 의존을 낮출 수 있다. 달러 환율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셈이다. 중국과 교역 물량이 많은 우리나라에 유리하다. 중국과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한 상황에서 외환 건전성도 강화할 수 있다.
국산 제품 가격경쟁력도 높아진다. 위안화 강세로 중국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시장 영향력 확대는 우려 사항이다.
한국 자본시장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 위안화 신뢰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자금 이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위안화 SDR 편입으로 중국 의존도가 커진 점도 악재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