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영결식] 민주화 큰 별, 이제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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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서울 국회 앞마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영결식에는 가족과 친지, 장례위원 2222명, 국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해외조문 사절 등 7000여명이 참석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민주화의 거목’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영원히 이별했다. 최연소·최다선 의원을 지내며 젊음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국회의사당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새벽부터 눈이 내리면서 국회의사당 앞뜰 광장은 영하권에 접어들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에는 7000여명의 조문객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 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인데요’하는 대통령님의 음성이 바로 들릴 것 같은데…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며 민주화 투쟁의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애절한 추도사가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 전 대통령 국가장은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발인과 영결식을 시작으로 운구의식, 안장식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은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를 포함한 유가족과 친지,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장례위원 2222명, 각계 대표와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또 엔그웨이 엠담보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누카가 일한 의원연맹 회장, 알루위하레 스리랑카 농림부 정무장관,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 등 조문사절단도 참석, 세계가 슬픔을 나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평생 동안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다. 대도무문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고, 우리나라 의회민주주의의 산 증인이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해 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토록 염원하셨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경제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하겠다. 더욱 자랑스럽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영결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 신앙인 개신교를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 의식을 통해 넋을 기렸다. 이후 고인 행적을 기리는 생전 영상이 방영됐고 헌화와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어린이, 청년, 성인 세대화합 중창단과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애창한 ‘청산에 살리라’를 부른 뒤 육·해·공군 조총대원들이 21발의 조총을 발사하는 것을 끝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에 따른 감기 몸살 증세가 악화돼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만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찾아 목례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이 끝난 후 김 전 대통령은 46년 동안 기거했던 상도동 사저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기념도서관도 들러 작별을 고했다. 상도동 사저를 지날 때 마지막 배웅을 나온 시민들과 이웃 주민들의 눈시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노들로에서 현충로로 이어지는 길목에선 추모 인파들이 나와 고인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묵념했다.

안장식은 유가족과 상도동계 측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종교의식과 헌화 및 분향, 하관이 진행된 뒤 마침내 흙을 관 위에 뿌리면서 김 전 대통령과 우리는 영결했다. 민족 앞에 긴 여운을 남긴 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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