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산적한 경제·민생 법안…‘자동폐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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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외에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은 말 그대로 ‘산더미’다. 경제·민생과 관련된 법안이 수개월에서 수년을 국회에서 표류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핵심으로 제시한 경제활성화, 노동 관련 법안은 여전히 야당과 견해가 크게 엇갈려 상당수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여당은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수 회복으로 가까스로 살린 경기 회복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대표 법안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원격의료법,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있다.

이 가운데 이견이 극명한 법안은 원격의료법과 원샷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야당은 원격의료법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한다.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촉진하는 원샷법은 대기업 특혜를 우려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일부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최다 69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야당은 일자리 창출 전망이 과장됐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보건, 의료 부문은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관광숙박시설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을 두고 야당은 교육 환경이 저해될 것을 우려했다.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은 대한항공이 계획을 변경해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야당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5개 노동개혁 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소위원회를 개최해 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 했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을 위해 5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야당은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이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환노위에서 5개 법안보다 먼저 다뤄야 할 시급한 법안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금융개혁 법안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은행법 개정안 등도 여야 간 의견차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법안인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립을 골자로 한 소비자기본법 등도 야당 반대에 막혀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법안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를 방문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며 “법안 상당수는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 내년 새롭게 발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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