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톱]정부, 병원 의료기기 자회사 설립 적극 유도..업계 ‘온도차’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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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개최한 병원관련 국제학술대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2015`에 참가자들이 의료기기 업체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대한병원협회 제공)

정부가 내년부터 의료기기 개발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병원을 대상으로 5년간 최대 37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한다. 외산 편중 의료기기 장비 시장을 개선하고 병원과 국산 솔루션 업체 간 상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부 노력에도 상당수 대형병원이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성과가 날지 주목된다.

24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병원의 의료기기 개발 자회사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연간 최대 75억원 규모 R&D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지난해 병원 자회사 설립을 제도적으로 허용한 후 직접 투자까지 나서며 독려한다.

사업 목적은 대형병원을 의료기기 시장으로 끌어들여 국산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 11위를 기록 중이다. 점유율은 1%에 머물러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독점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도 외산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국내 3차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기기 중 외산 비중은 9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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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유망 의료기기(산업부 제공)

산업부, 미래부, 복지부, 식약처 4개 부처는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미래 유망 의료기기 개발과 사업화를 담은 ‘바이오 미래전략2’를 발표했다. 정부는 자금과 기술을 가진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자회사 설립을 유도해 외산을 대체하는 솔루션 개발을 맡긴다. 자회사는 개발과정에서 국내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하거나 제조·생산을 전담, 동반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산업부는 내년 실시하는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제’ 중 일부를 병원 의료기기 개발 자회사를 위한 R&D 지원사업에 쏟는다. 최장 5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연간 2~3개 자회사를 선정해 경쟁력 있는 국산 솔루션 개발을 돕는다.

이승헌 산업부 전자전기과 서기관은 “연간 2~3개 병원 자회사를 대상으로 업체당 10억~1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연구개발은 정부 지원 아래 대형 병원 자회사가 전담하고 이를 생산하는 역할을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 맡겨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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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HC 2015` 행사 부스 전경.

대형병원도 정부 취지에 공감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참여까지도 검토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한국 의료기술은 미국, 유럽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의료기기 기술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향 평가를 받는다”며 “정부가 병원 자회사를 대상으로 R&D를 지원한다면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개발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정부와 병원 간 온도차도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자회사 설립이 정부 지원금만으로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현재까지 부대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세운 곳은 참예원의료재단과 혜원의료재단 두 곳 밖에 없다. 의료기기 개발 혹은 사업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병원은 한 군데도 없다. 당장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회사로 거둔 이익은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조항 등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기 개발은 국내 업체와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는데 그만한 역량을 가진 업체를 찾기 어렵다”며 “임상실험 과제만 따내도 수십 억원을 확보하는데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의료기기 개발에 10억원을 지원한다 해서 병원들이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회사 설립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이를 진행하고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며 “자회사 운영과 관련해 정부 규제가 많은데다 의료기기 산업 등은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기 개발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에 전국 대형병원 대다수가 관심을 가진다”며 “현실적으로 자회사 설립이 당장 어려울 수도 있으니, 일정 기간 동안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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