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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화력발전 등 전통 발전설비 부문에서 역량을 다져온 두산중공업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원격설비관리 등 에너지신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부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 에너지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16일 전력거래소와 대용량 ESS용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주관사업자인 태경전기산업에 전력거래소 사옥용 2.5㎿h급 ESS 관련 배터리와 전력전환장치(PCS) 등 주기기를 공급하게 된다. 단일 건물에 설치되는 ESS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송용진 두산중공업 전략기획총괄담당은 “ESS 시장에 뛰어든 지 두 달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연이어 거뒀다”며 “ESS 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해설
두산중공업이 미래 에너지 설비시장 공략 보폭을 넓혔다.
원전·석탄화력 등 기존 발전설비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사업주기가 길고 점점 포화를 향해 가고 있다. ESS나 ICT융합 에너지 산업은 이제 막 뜨기 시작했고, 민간시장 등 수요 또한 무궁무진하다. 덩치 큰 기존 사업에만 안주했다간 미래시장 기회를 고스란히 놓칠 수 있다.
두 달 전 두산중공업이 후발주자이지만 ESS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지난 9월초 두산중공업은 ESS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주관하는 ‘2015 스마트그리드 보급 지원 사업’에서 ESS 분야 주관사업자로 선정됐다. ESS 사업 첫 성과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ESS 수주에서 전력거래소 ESS라는 ‘거물’을 낚았다. ESS 시장에 뛰어든 지 두 달 만에 잇따라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미래 에너지 분야 매출 확대 기대감을 키웠다.
두산중공업은 ESS와 함께 연료전지, ICT 원격설비관리, 사용후핵연료 등 다양한 미래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인 퓨얼셀파워와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하며 진출한 연료전지 부문과, 발전설비 관리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한 RMS(원격관리시스템) 부문도 올해 성장이 두드러졌다. 연료전지는 약 3000억원대 사업을 수주하며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이며, RMS는 그동안 외산업체가 뚫지 못했던 석탄화력 시장 공급에 성공하기도 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신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기존 캐시카우인 화력발전 부문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그동안 일본 기업에 내주던 1GW급 초임계압 석탄화력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4년 만에 플랜트 수주액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 지원정책과 배터리 가격 하락에 힘입어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ESS 시장을 공략해 해외시장으로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세계 ESS 시장이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24년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