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가 12월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연간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공공시장이 중소기업 몫으로 정해진다. 대기업 반발이 예상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이달 말 디지털 사이니지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 지정 심의와 의결을 거쳐 다음 달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은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공공부문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전체 내수 시장 10% 수준이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하드웨어(HW)와 망 구축,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SW) 운영 등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한 규모다. 단독형 모델만 포함돼 여러 장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비디오월’은 해당되지 않는다.
중소 업계는 역량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키오스크에 이어 단독형 사이니지까지 강력한 대기업 영업망에 막혔던 판로가 열리면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그동안 LCD 패널과 관련 부품을 조립, 영상 솔루션을 연결해 사이니지 제품화한 사례가 많다”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비디오월은 이전처럼 대기업이 집중하고 중소기업은 단독형 모델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시장 판로가 위축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시장에 미칠 영향 파악에 나섰다. 경쟁제도 지정 3년차에 접어든 PC처럼 단순 조립 제품이 아닌데다 관련 솔루션 사업과 연계한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기업은 LED, 4K(UHD, 3840×2160) 등 디스플레이 발전에 따른 신시장 개척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형 공공사업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시장이 성숙된 데스크톱PC와 달리 최근 세계적으로 개화하는 시장”이라며 “중소기업 기술력으로 단순 제품 조립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디지털 아트, 반응형 솔루션과 같은 복합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중소기업이 버스정보도착 안내시스템(BMS)과 LCD 철도 행선안내시스템 구축에서 이미 기술과 운영 역량을 입증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중소기업 활동기반을 만들어야 경쟁력 강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특정 중소기업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으로 조달품목 구분이 세분화된 PC와 달리 디지털 사이니지는 조립, 콘텐츠, SW 구분 없이 모두 ‘영상정보 디스플레이장치’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쟁제도 지정 후 직접생산 확인 기준을 제정, 고시할 것”이라며 “단순 부속품 제조·공급이 아닌 조립 후 실질적인 제품화 능력을 직접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