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연구개발(R&D)·재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안정적 매출원을 잃은 중견업체가 지갑을 닫으며 생태계 순환고리가 끊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계 내부투자액 비중은 2013년을 기준으로 70% 이하로 떨어졌다.

게임으로 벌어 게임에 투자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내부투자액 비중은 2011년 73.6%에서 2013년 68.8%로 줄었다.

중견업체 R&D 비용도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린다. 2012년 국내 게임업계 매출 톱(TOP)5중 하나인 A사는 당시 168억원 수준이던 R&D 투자를 2014년 100억원까지 줄였다. 같은 기간 B사는 180억원을 넘었던 R&D 금액을 87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양사 모두 웹보드 규제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며 R&D 비용을 축소했다.

투자 비용 감소는 배급(퍼블리싱) 축소로 이어졌다. 2009년 30종 이상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했던 NHN엔터테인먼트는 올 한해 단 한 종의 온라인게임도 선보이지 못했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해 5~10종 이상 신작 온라인게임을 시장에 배급했다.

줄어든 온라인게임 투자를 모바일게임으로 연결하지도 않았다. 2014년 30개 이상(공동개발, 퍼블리싱 포함)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다시 6종으로 배급 규모를 급격히 줄였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본격화하기 전인 2009년 수준이다.

2013년 4분기 96%에 달하던 이 회사 게임 매출은 비중은 2015년 2분기 72%까지 축소됐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 기간 다수 모바일서비스 회사를 인수했다.

네오위즈게임즈도 2013년 이후 신작 온라인게임을 계약하지 않았다. 올해 선보인 온라인게임도 모두 2013년 이전 계약한 것들이다. 2013년 4428억원을 벌었던 이 회사는 2014년 약 2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모바일게임은 올해 3종정도 출시(자회사 포함)하는 데 그쳤다.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모두 웹보드 매출이 감소한 것이 치명타였다. 단기간에 매출이 크게 준 상황에서 흥행이 불투명한 게임산업에 투자할 만큼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사 한 대표는 “넷마블게임즈 같은 모바일게임 시장 강자가 나타나며 중견업체는 될 만한 게임을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며 “그런 와중에 매출까지 감소하다보니 소극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고 흥행에 실패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게임 경쟁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온라인게임은 모바일게임에 비해 개발기간이 길고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개발 난이도도 더 높다. 온라인게임 이용자 일부가 모바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여전히 시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칫 스스로 세운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넥슨은 내년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PC 기반 정통 무협 MMORPG ‘천애명월도(天涯明月刀)’를 국내에 퍼블리싱할 계획이다.

온라인게임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 양쪽에서 다양한 투자와 개발 선순환이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매출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견업체가 빠진 게임업계 투자는 중국업체가 속속 채웠다.

텐센트는 2012년부터 카카오,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등 지분을 인수했다. 알려진 투자 금액만 8020억원이다. 룽투, 로코조이 등 신흥 중국게임사도 우회상장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2014년 중견게임사 A,B R&D 투자 금액 비교>

2012년·2014년 중견게임사 A,B R&D 투자 금액 비교

<게임산업 내 연간 투자금액 현황(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 내 연간 투자금액 현황(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