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세계적으로 1억권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아마존에서만 사상 최초로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전자책 단말기가 새롭게 보급되는 계기가 됐다. 남녀 주인공의 노골적 성 묘사로 관심을 모았지만, 대중소설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기도 했다.
이준영 리마 대표는 대중문학 시장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아마존에서는 자가출판이나 개인출판을 장려하며, 실제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글로벌 문학 번역 협업 플랫폼 ‘스토리팩닷컴’을 선보이게 된 배경이다.
스토리팩은 작가와 번역가가 플랫폼에서 직접 만나 영어번역을 진행하고, 이를 아마존이나 구글·애플에 공급해 해외 독자에게 팔고 얻은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한류 노래나 영화, 영상은 널리 사랑받는데 아직 문학은 팔리지 않고 있다”며 “한류 드라마나 영화가 사랑받는다면 그 바탕이 되는 문학도 분명히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국내 출판사가 대부분 영세해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른바 순문학은 대중문학에 비해 번역이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독자 취향이나 트렌드와 상관없이 순문학이나 대표 작품 위주로 해외에 선보이는 것도 국내 문학 한계라고 지적했다.
기존 문학작품 해외 진출은 판권을 가진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았다. 번역자 선정, 전자출판, 해외 마케팅도 모두 출판사가 중심이 돼 이뤄졌다. 반면에 스토리팩은 해외 출간을 결정하는 것도 작가와 번역자가 주체가 돼 직접 계약을 맺는다. 리마는 플랫폼사업자로써 지속적으로 해외 출판시장이나 독자정보를 수집해 작가와 번역가에게 제공한다.
이 대표는 “작가와 번역가 모두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공유하므로 번역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여성, 젊은층에게 인기 높은 로맨스소설이나 장르문학 위주로 해외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리마 대표
이준영 리마 대표는 지난 1997년 영화 관련 인터넷 쇼핑몰로 한 차례 창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 드물었기 때문에 창업 초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폐업하고 말았다. 이후 10여년간 일반 IT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보냈다.
다시 기회가 온 것은 1년여 전, 다니던 회사가 자금사정으로 위기를 겪자 이 대표는 두 번째 창업을 준비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도전했던 첫 창업과 달리 부지런히 공부했다. 주중 저녁 시간과 주말 내내 창업 준비에 매달렸다. 덕분에 지난해 말 미래부가 주최한 ‘재도전 ICT 창업경진대회’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받고, 창업 종자돈도 마련했다.
이 대표는 “과거 벤처붐 때는 사업계획서만으로 투자 유치가 가능했지만 체계적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부나 기관, 대학, 민간에서 운영하는 교육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잘 찾아보면 사무실 입주부터 특허 출원, 마케팅 등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흔다섯살에 재도전하는 창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재미나 경험으로 시작할 수 없다”며 “문학한류를 이끌 수 있는 글로벌 번역 협업 플랫폼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