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외부 DNA를 집어넣지 않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벼, 담배, 상추 등 농작물 유전자를 맞춤 교정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외부 DNA가 식물 유전체에 삽입될 가능성을 차단해 유전자변형식물(GMO) 논란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최성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DNA를 사용하지 않고 단백질과 가이드 리보핵산(RNA)만 사용해 농작물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Cas9이라는 절단 단백질과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가이드 RNA(guide RNA)’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전달했고 그 결과 유전자 교정 식물이 GMO로 간주됐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DNA 형태가 아닌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섞어 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식물세포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상추는 식물 호르몬 신호전달에, 담배는 식물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했다. 상추는 식물 생장과 발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교정해 스트레스에 강한 성질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이 사용한 유전자 교정 방식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GMO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방식은 DNA 형태로 식물세포에 도입했기 때문에 DNA 조각이 식물 유전자에 삽입될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진은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사용해 만든 식물체는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을뿐더러 자연적 변이와 구별할 수 없는 작은 변이만 가지고 있어 외부 유전자가 삽입된 GMO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단장은 “개발된 기술은 상추와 토마토에 당장 적용할 수 있고 다른 농작물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세계인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2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