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출대륙 3중(中)을 가다]<1>프롤로그

‘무역 1조달러’가 달성 5년 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중국 경기둔화와 세계 무역 증가율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주력산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강세까지 다시 시작되면서 무역 1조달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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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출 구조만으로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무리다. 대기업 편중과 경쟁이 치열해진 기존 주력산업에서의 탈피, 신규 수출동력 확보와 중소기업의 약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중동, 중남미, 중국 등의 대통령 순방외교는 우리 수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수출 중심 국가, 주력 품목을 벗어나 새로운 수출 전략 지역과 새로운 품목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순방외교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산업통상자원부, KOTRA와 함께 우리의 새로운 수출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된 3중(중동, 중남미, 중국) 지역을 직접 취재해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키로 했다.

지난 상반기부터 준비한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3중 지역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우리 수출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역 1조 달러’…기존 프레임 벗어나야

최근 중국은 경기 둔화로 수출과 수입이 급감하고 있고 신흥국 등 경기회복이 미약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우리나라 수출은 435억7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고 수입도 345억6400만달러로 21.8% 감소했다. 3분기 수출액은 1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해 2010년 4분기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우리나라는 무역수지 89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4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폭이 커 ‘불황형 흑자’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던 8월(-14.7%)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올해 1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수출 위기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3분기까지 누적 무역액은 약 727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정도 줄었다. 4분기에 매달 9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작년 4분기 무역액은 2770억달러 정도지만 올해 4분기는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무역 증가율은 1%대에 그치고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보다 4~6%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무역 1조달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1년 1조796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무역 1조달러를 넘어선 뒤 2012년 1조675억달러, 2013년 1조752억달러, 2014년 1조982억달러 등 줄곧 1조달러 이상의 교역규모를 유지해 왔다.

◇새로운 수출활로를 뚫어라…3중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 수출구조를 감안할 때 최대 교역국인 중국발 수출 위기와 최근 원화강세를 가늠할 때 더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이의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중국내륙(서부경제권) 진출 확대 등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나 중동,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 필요성을 조언한다. 대통령의 순방외교와도 맥을 같이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중산층 인구가 6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로 전환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넥스트 차이나’ 전략의 핵심이다.

또 기존 수출구조를 탈피할 대체시장 발굴, 즉 중동과 중남미 등 신시장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미 2개 지역은 한류 영향으로 한국과 한국 제품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지난 3, 4월 대통령 순방으로 경제협력 확대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실제로 이석진 SK주식회사 두바이 지사장은 “대통령 순방 이후 ‘정부 대 정부’의 관계가 좋은 것 같다”며 “상위(정부) 레벨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한국기업은 일단 ‘웰컴(Welcome)’이라는 분위기”라며 “종교, 이념 등 정치적으로 걸림돌이 없고 기술은 이미 ‘원전을 건설하는 나라’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대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프로젝트 시 프레젠테이션(PT)에서 기술적인 디테일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지 한국 상품에 대한 평가도 기대 이상이다. 중동지역 유일한 홈쇼핑 채널인 시트러스(Citruss)TV 니콜라스 브룰리안츠 사장은 “한국 제품에 대한 품질 인식은 이미 검증이 끝난 상황”이라며 “중국, 일본 제품보다 월등히 인기가 높다”고 평가했다.

중남미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이후 중남미 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인지도는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중남미 국가 입장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다.

박성기 KOTRA 칠레 산티아고무역관장은 “칠레 총수출의 약 50%가 한중일로 간다”며 “칠레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FTA를 맺은 국가이기도 하다. 칠레뿐 아니라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등 많은 중남미 국가가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울라스카노 칠레 통신청 정책연구실장은 “한국 이동통신 분야는 칠레에 성공 표본모델과도 같은 곳”이라며 “짧은 속도로 고도성장을 기록한 한국 통신 분야를 롤모델로 발전적인 분야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가 약 6억명을 웃도는 중남미 시장에 한국 기업 관심도 높다.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이미 주요 대기업은 공장을 세우고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 정효찬 오버시즈인더스트리 대표는 “중남미 시장은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나고 거리적으로도 아주 멀어 초기 진출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인구수, 산업의 규모 등을 비춰봤을 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경제 외교로 인해 국내 기업, 특히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 분위기가 크게 개선됐다”며 “우리 수출 활력을 되찾는 데 이들 지역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중(中) 시장은?

3중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성과가 예상되는 지역은 중동이다.

중동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뿐 아니라 북아프리카지역까지 메나(MENA)로 묶이는 인구 12억명의 거대 시장이다. 현재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 중으로, 향후 15년간 4조3000억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은 ‘탈 석유화’를 최대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물론이고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세계 3대 부국인 카타르, 경제 제재에서 풀리는 이란 등 막대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UAE는 이미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복도시’ 구축을 위해 교육, 의료 분야 등에 막대한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 이후 경제를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제조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카타르도 두바이를 모델로 이를 뛰어넘기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중남미는 3중 지역에서 시간을 두고 잠재적인 수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일단 인구 수로 따져보면 인구 수 세계 5위권인 브라질(포루투갈어 사용)을 비롯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사용한다는 스페인어를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사용한다. 중남미는 미국과도 인접해 있어 외국문화에 폐쇄적이지 않다는 점도 한국 기업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최근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이 유가하락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경기 불황을 겪고 있지만 일부 요인이 해소되고 나면 경기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중남미 내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철강, 플라스틱, ICT, 건설 중장비, 대형 건설 프로젝트 등 수출이 늘고 있다.

멕시코는 전동기 및 발전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 인프라 확충 계획으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멕시코에서 아직 한국 제품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최근 수입액으로 볼 때 수입액 및 수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멕시코 KOTRA 측은 전했다.

지난 9월 연방정부가 발표한 2015~2018년 에너지 투자계획에 따르면 전력공급 확대를 위해 향후 브라질은 약 532억2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자본 중 330억달러는 에너지 발전에, 200억달러는 송전망에 투자될 예정으로 국내 에너지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박 대통령 순방이후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중남미 주요국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로 어느 때보다도 중남미 시장에 대한 많은 기업체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주춤하기는 하지만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2013년 PPP 기준 GDP는 16조1000억달러로 미국의 약 95.9% 수준이다. 경제의 고속성장에 따른 개인 소비력이 급증하며 ‘소비 대국화’ 길을 걷고 있다.

또 성장 패러다임 전환으로 세계 경제의 명실상부한 G2로 등극했다. G2를 넘어 G1에 등극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IMF(2016년), 이코노미스트(2018년), 세계은행(2020년)도 각각 시차를 두고 중국의 G1 등극 시점을 예상했다. 기업들도 과거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자로서의 역할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자본으로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서며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중국기업은 2011년 73개, 2013년 89개, 2014년 95개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혁개방2.0 시대에 진입하며 시장기능 심화 및 대외개방도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수출과 투자 중심 고도성장 전략에서 소비 진작, 신도시화, 산업 고도화 등 ‘내수’와 ‘소비’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도시화율 60%를 목표로 환경오염·에너지 문제해결을 위한 도시 인프라 구축 및 중서부 내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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