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다섯 현역의원 장관 내년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 17개 행정각부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부처 장관이 순차적으로 사퇴한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조기 개각론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 내각에서 국회의원을 겸하는 장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모두 취임 때부터 ‘시한부’ 장관 지적을 받았다.
다섯 장관은 그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 겉으로는 말을 아꼈다.
최 부총리는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할 때”라며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개인적 행로는 있을 수 없다”며 우선 국정에 힘쓸 것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회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다섯 장관은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 같다”며 “경제는 저 말고도 또 잘하실 분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다른 장관도 비슷하다. “해수부 장관으로서 주요 항만 다 봤다(유기준 장관)” “(출마여부를) 예, 아니오로 답하기 곤란하다(김희정 장관)” 등 출마 가능성을 높였다.
부처를 이끌어야 할 장관이 퇴로를 마련하니 해당 부처는 어수선하다. 기재부는 내수 회복세 강화, 대내외 위험 대비, 예산안 통과 등 현안이 산적했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 방향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후임 부총리가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확장 재정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지 관심이 높다. 최 부총리가 추진했던 노동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관가에서는 조기 개각론이 제기됐다. 총선 출마로 일부 장관 이탈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내각 개편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수출 회복, 구조개혁 등 최근 현안은 단시일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중간한 상황이 이어질 바에는 새로운 경제팀을 하루라도 빨리 꾸리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바뀌면 정책기조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으로서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불확실한 상태보다는 빨리 정리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 개각 일정 등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미국 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박 대통령이 개각 작업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과제 수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이미 현역의원 장관 총선 출마가 굳어진 만큼 현 상황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표] 현역의원 장관 현황

이호준 유선일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