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상론(机上論)은 현실성 없는 이론이나 논의를 말한다.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이란 탁상공론(卓上空論)과 같은 의미다. 종이 위에서 펼치는 용병 이야기라는 고사에서 파생된 지상병담(紙上兵談)도 뜻을 같이 한다.
정부가 진흥을 외치는 산업에는 소프트웨어(SW)가 포함된다. 올해만 다양한 육성책이 수십개가 쏟아졌다. 시각을 SW업계로 바꿔보자. 업계가 바라는 것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이다.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싶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공공시장이 SW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인색한 현실을 대변한다.
대표적 예가 유지보수료다. 유지보수는 SW업체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업무다. 정부는 SW 제값 주기 정책 일환으로 지난 2013년 SW 유지보수요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7~8% 수준 공공기관 유지보수요율을 단계별로 상향 조정해 2017년엔 15%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적정 유지보수요율로 12%가 제시됐다.
현실은 어떨까. 최근 기관에 제품을 공급한 업체는 유지보수요율 8%를 제안 받았다. 가이드라인은 12%지만 이보다 관행이 우선했다. 그 정도면 부럽다는 시각도 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에 묶여 참여하면 2~3%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공공 분야 유지보수료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유지보수 계약을 매년 입찰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유지보수를 가장 잘하는 개발업체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진다. 충분치 않은 예산도 한몫한다. 공공부문 정보화 예산은 매년 줄거나 예전 수준이다. 발주자와 수주업체 간 유지보수요율 협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 정부가 제시한 유지보수요율이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점도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공공부문 SW 유지보수요율 인상 정책을 추진한 지 2년이다. 그럼에도 SW기업이 체감하는 현실은 과거 그대로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는 정부 SW 유지보수요율 인상 정책에 강제성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SW유지보수 정책만큼은 궤상론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