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가스·철강업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네온(Ne)가스를 국산화한다. 네온가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산업용 특수가스다. 그동안 주요 생산국 내전 등으로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가격 등락이 반복됐다. 내년 국내 업체가 독자 생산체제를 구축하면 네온가스 수급이 안정된다. 수요와는 무관하게 오르던 가격 ‘거품’도 많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성산업가스, 원익머트리얼즈, 대기업 A사 등이 네온가스 국내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섰다.
대성산업가스는 수년 전부터 네온가스 생산을 계획했지만 당시 수요가 높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생산을 TV 제조업체들이 중단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미세공정을 도입하면서 네온가스 수요가 늘자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 이 회사는 여수산업단지에 있는 공기분리장치(ASU)에서 네온가스를 확보할 수 있는 원천 기술과 완제품 제조 능력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쯤이면 대성산업가스가 네온가스를 생산할 것”이라며 “현재 네온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거품이 많아 국내 업체들이 후발업체로 뛰어들더라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익머트리얼즈도 최근 자체 가공 설비를 갖추고 국내 고객에 공급을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 A 계열사도 네온가스 자체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A사는 국내 철강업체 포스코와 함께 네온가스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네온가스 가격은 지난 7월 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입방미터(㎥)당 35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과거 ㎥당 150달러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당 150달러 수준만 형성되더라도 국산화에 따른 이점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가격이 폭등했던 것은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러시아 내전에 따른 수급 불안감과 공급 대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지 정치 불안정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크게 작용,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내년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장비 업체와 함께 네온가스 사용량 절감에 적극 나서면서 수요를 30% 정도를 줄인 상황으로 일단 네온가스 ‘품귀’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내다보며 “향후 국내 업체가 국산화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다면 수급 안정과 함께 지금과 같은 가격 이상 현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