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

“중국이 첨단 기술시장으로 바뀌는 흐름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성장할 마지막 골든타임을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과 합작·제휴·인수합병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여러 기업이 힘을 합쳐 덩치를 키워서 공략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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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과 반도체 산업 육성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3일 서울 엘타워에서 개최한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최근 중국 경기가 침체해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데 오히려 중국이 얼마나 더 강해질 것인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향후 5년간 위기보다 기회를 맞았으며 특히 시스템반도체에서 큰 기회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 물류를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일대일로) 정책, 자본시장 개방, ‘중국제조 2025’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 구조를 첨단 부가가치 기술 산업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변화다. 기존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첨단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병서 소장은 한국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정책으로 ‘대중의 창업’과 ‘만인의 혁신’을 꼽았다. 그는 “최근 2년 6개월간 현지 1013만개 기업이 창업했고 이 중 대부분이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IT 분야”라며 “이는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기업이 향후 5~10년 뒤 수십개까지 생기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중국 10대 부자 중 부동산 재벌이 많았지만 지금은 IT와 서비스 분야 재벌이 절반에 달한다”며 “현지 자동차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IT와 자동차 산업을 장악하는 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데 주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아닌 ‘중국발 한국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국이 일본 IT산업을 넘어선 것처럼 중국 역시 한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미 우주정거장, 군함 등을 자체 기술로 만드는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에서 충분히 한국을 추월할 역량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알고 인텔·퀄컴 같은 기업은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고 협력하는 등 피를 섞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 기업은 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장비·재료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한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진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팹리스는 현지 수요기업과 협력하고 현지화할 기회가 있지만 덩치가 작아 혼자 대응하기 힘들다”며 “현지 반도체 기업과 전략적 제휴, 합작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기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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