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과 정책, 경제를 고민한 횟수만 무려 234회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역사와 맥을 같이한 미래모임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120여 회원이 산학연과 정부를 망라해 각자 영역에서 고민한 것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전자신문은 지난 22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미래모임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리더와 함께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자고 다짐했다. 행사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했다.
‘정보통신 분야 중소기업과 대기업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1996년 미래모임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미래모임 초대 회장인 최두환 포스코ICT 회장은 당시 한창그룹 전무였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는 제조업 등 자본집약적 산업 위주로 운영되지만 가까운 장래에 지식집약적 정보통신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지식집약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 몫”이라고 내다봤다.
예측은 적중했다. 세계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ICT로, 생산에서 서비스로 중심 축을 옮겼다. 부가가치 창출은 더는 제품 생산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제품 공급 패러다임이 전환돼 어떤 서비스를 공급해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고민하는 시대다.
미래모임은 20여년간 패러다임 변화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존할지 고민했다.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공무원, 대학 교수, 기업 대표, 연구기관 연구원이 함께했다. 고민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잘못된 정책 방향은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미래모임이 우리 ICT 산업과 궤를 함께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9월. 10여년 전 미래모임 주제가 이를 증명한다. 지상에 소개된 세미나 주제는 ‘미래첨단 산업은 무엇인가’다. 당시 김대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연구단 이동컨버전스연구그룹장은 통신 미래를 점쳤다. 그는 “음성 기반 인간 대 인간 방식 서비스에서 올해 안에 인간 대 기계로 갈 것”이라며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는 2010년 이후에는 사물 대 사물 서비스가 정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때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미래모임 회원 지적도 있었다.
지금은 익숙한 이야기다. 사물 대 사물 서비스, 지금 IT 산업 정점에 서있는 사물인터넷(IoT)이다. 물론 이름은 달랐지만 맥락은 같다. 이미 10년 전 IoT 시대 도래를 예상한 미래 모임은 당면 과제부터 장기적 대응책까지 논의했다.
미래모임은 특히 단순 세미나에 그치지 않았다. 핵심은 인적 네트워크다. 산업별 최고 전문가와 현업 종사자, 정책 담당자는 미래 모임 후에도 각자 영역에서 배움을 나눴다.
ICT 산업을 발목잡는 정책·관행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임춘성 미래모임 회장(연세대 교수)은 “최근 모임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미래 주제와 현실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젊은 스타트업 대표 참여도 꾸준히 늘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미래 모임은 ‘대한민국 유시티(U-City) 성과와 향후과제’를 논의했다. 그 전에는 ‘스마트 팩토리 추진 전략과 정책’을 주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미래 모임이 오늘의 ICT 활성화에 기여했다면 이제는 다가오는 20년을 준비한다.
구원모 전자신문 대표는 “20년 전 우리나라 벤처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면 바람직할까 고민하고자 30·40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든 게 오늘까지 오게 됐다”며 “미래 모임이 우리 ICT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이어 “성공 사례를 듣고 공유하며 업계 건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