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성’.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삼성전자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신제품에 대한 댓글이다. 갓성은 신을 뜻하는 갓(God)에 삼성의 성(星, sung)을 붙인 인터넷 신조어다. TV·메모리·스마트폰 등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는 삼성을 향한 찬사다. 전자, 금융, 스포츠 등 삼성이 손대는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자 “갓성이 하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갓성 신드롬’이다. 갓성은 ‘헬조선 증후군’에서 더욱 빛난다. 지옥을 뜻하는 ‘Hell’에 ‘조선’을 붙인 헬조선은 불안과 무기력증에 빠진 2015년 한국 사회다. 4년제 명문대를 나와도 학자금 대출과 바늘구멍 취업난에 허덕이는 헬조선 청춘에게 ‘잘나가는 1등 삼성’은 희망봉처럼 느껴진다. 한때 공화국으로 일컬어지던 삼성은 어느새 절대자 반열에 올랐다.
삼성은 ‘갓성’ 칭호가 부담스럽다. 그룹 매출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더 이상 ‘대박’을 내지 못하는 스마트폰과 ‘그 이후’에 대한 물음, 시장한계에 부딪힌 TV, 계속되는 구조조정 괴담 등 삼성도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세속의 일부기 때문이다. 삼성은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다.
헬조선은 갓성에 묻는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이겨낸 1등 비결을 알고 싶어 한다. 삼성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두가 집중한다. 평택 반도체공장에 15조원을 쏟는 ‘통 큰 결단’에는 찬사를 보내고 전용기 매각에는 “삼성이 설마…” 하며 우려한다. 모두가 불안한 시대, 삼성의 사회적 책무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삼성이 답할 차례다. 이재용 부회장이 온전히 삼성을 이끈 첫해, 세상은 삼성페이의 혁신과 불멸의 메모리 신화에 박수를 보냈지만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정 불협화음,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파동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재용 시대 삼성’은 확신을 주지 못했다.
‘갓성’은 웃어넘길 인터넷 장난이 아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관람(직관)하면 삼성라이온즈가 무조건 이긴다는 ‘재용불패’ 판타지도 아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 1등 삼성에게 미래를 묻는 세상의 간절함, 삼성이 가진 사회적 책임이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