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마틴 빈터콘 회장이 거듭 사과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추가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당초 2018년까지 임기가 보장됐던 빈터콘 회장 사퇴는 기정사실화됐다.
향후 부과될 벌금과 소비자 및 주주 소송까지 이어진다면 폴크스바겐이 치러할 할 대가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번 파문은 도요타 급발진 대량 리콜 사태를 능가하는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이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폴크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차종 재조사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연비를, 환경부는 배출가스를 재검증한다.
23일 국토부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차종이 이미 연비 조사를 통과했더라도 다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미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배출가스 재검증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음 달 폴크스바겐 골프와 제타, 아우디 A3 3개 차종 배출가스를 검증한다.
폴크스바겐은 세계적으로 1100만대 자사 디젤 차량에서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판매된 문제 차량이 수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폴크스바겐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 배출가스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문제가 된 ‘EA 189’ 디젤 엔진이 스코다와 세아트 등 자국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그룹 다른 브랜드 모델에도 장착됐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 영국법인 관계자는 “어떤 모델이 조작됐는지, 또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디젤 승용차에 배기가스 검사 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이를 꺼지게 하는 SW 알고리즘을 적용했다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적발됐다. EPA는 당장 48만2000대 차량 리콜을 명령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최고 180억달러(약 21조원) 벌금을 부과 받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판매 부진이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차량이 2008년 이후 판매한 차량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행위가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미국과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 8월까지 폴크스바겐그룹 판매량(655만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이번 파문으로 2년 연속 연간 1000만대 판매 돌파는 힘들 전망이다.
폴크스바겐 시가 총액은 이틀 만에 33조원이나 날아갔다. 22일(현지시각) 독일 증시에서 폴크스바겐 주가는 19.82% 급락한 106유로로 마감했다. 전날 18.60% 폭락에 이어 하락 폭이 커졌다. 이틀간 증발한 폴크스바겐 시가총액은 250억유로(약 33조1200억원)에 달한다. 올 3월 고점(250유로)과 비교하면 주가 하락 폭은 58%, 시가총액 감소 규모는 611억9000만유로(약 80조8000억원)다. 파장은 유럽 내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미쳤다. 다임러(-7.16%), BMW(-6.22%), 르노(-7.12%), 푸조(-8.79%)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