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언의 '프로이트 레시피'] 오래 묵힌 된장, 오래 사귄 사람

(4) 짠 맛: 멘티와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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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은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정신분석가가 늘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분석을 받고 있는 사람이 감추고 있는 저항이다. 스스로 변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찾아왔지만 환자는 분석 과정에서 변하기 싫은 마음 한구석을 때로는 살짝, 때로는 대놓고 내보인다. 저항의 표면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살아 움직인다. 저항은 모든 환자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저항의 뿌리에는 오래된 갈등이 매달려 있다.

우리는 스스로는 변하려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은 화끈하게, 빨리 변하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상대가 맞추어주길 기대하다가 실망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같은 일(기대와 실망)이 반복된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쉽게 구하고 쉽게 버린다는 말이다. 쉽게 헤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헤어지는 일은 어렵다.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도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쉽게 버렸다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우울감에 빠져 괴로워한다. 헤어지려고 해도 헤어지기 어려운 관계에서는 그저 상대가 변하기를 속절없이 바라면서 스스로 변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기서

변한다는 말은 상대에게 맞추어 변하라는 말이 아니고, 관계를 보는 시각을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햄버거로 상징되는 패스트푸드의 시대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쾌속으로 맺어지고 쾌속으로 해지되는데 그 과정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난무한다. 예를 들어,‘쿨하게 헤어진다’는 말이 있다.‘가볍게, 단순하게, 냉정하게, 세련되게’ 같은 뜻일 것이다. 막상 헤어지는 속마음이 그리 쿨할지는 의문이다.

서양의 치즈, 와인, 햄 그리고 우리의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의 공통점은? 모두 발효 과정을 거쳐 오래 숙성되어 최종 산물이 나온다는 점이다. 모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함으로써 얻어진 작품이다. 음식도 숙성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숙성이 필요 없겠는가? 당연히 필요하다. 노력과 투자가 없으면 소득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뻔히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는 인간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그러다 보면 오해는 가까워지고 이해는 멀어진다. 배신의 두려움에 화들짝 놀라면 그 사람을 쉽게 버린다. 오래 묵힌 된장과 오래 사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정신과 전문의, 수면의학 전문의.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교육 및 지도 분석가).

-국제정신분석학회 산하 한국정신분석연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는 `프로이트 레시피(웅진리빙하우스, 2015.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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