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경쟁력, 근본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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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독일 에를랑겐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세계 대학생이 모여 지능형 모형차 기술을 겨루는 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프리스케일이 개최한 ‘프리스케일컵 챌린지 2015’ 결승전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북미,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9개국이 참여했다. 각 국가 대학끼리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우승해야 최종 결승전에 참가할 수 있다. 첨단 지능형 자동차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 열의가 대단하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주최했지만 시작은 지난 2003년 한양대학교라는 것이다. 한양대와 프리스케일이 손잡고 처음 시작한 뒤 대회 취지와 결과가 좋아 중국으로 영역을 넓혔고 세계적 규모로 커졌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가장 분위기가 뜨거운 지역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대륙이 워낙 크고 대학도 많은 만큼 지역 예선 경쟁이 최종 결승전만큼 뜨겁다. 매년 중국에서만 300여개 대학에서 700~800개 팀이 도전한다. 결승전 진출팀은 학점 이수를 인정해주는 등 다른 참가국보다 열심이다.

열기는 성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해 인하대 팀이 4위, 올해 금오공과대학이 4위에 머물렀다.

대학생 실력은 해당 국가 자동차용 반도체 산업이 향후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총 5118개 참가팀 중 1위를 거머쥔 중국 경쟁력은 기존 반도체 강대국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최근 국내 대학은 연구 지원 프로젝트가 줄면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전공자가 매년 줄고 교수진도 연구 방향을 바꾸고 있다. 관련 연구와 교육이 부실해져 인력 양성이나 지식재산(IP) 개발 기능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지만 인력 양성 기반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다.

좋은 토양이 있어야 식물이 잘 자란다. 우수한 인재를 길러낼 양분이 없는데 반도체 경쟁력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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