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전북, 국내 탄소산업 키우려 ‘경쟁에서 동맹관계’로

탄소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전북과 경북이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위해 경쟁을 접고 ‘탄소 동맹’을 맺었다.

탄소산업은 탄소나노튜브(CNT), 탄소섬유, 그래핀 등 소재를 활용해 자동차와 항공, 에너지, 태양전지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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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 탄소산업 육성포럼`에는 전북지역 지자체 공무원과 기업인도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고강도와 고전도성이라는 우수한 소재특성으로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780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500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탄소가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떠오르자 국내 지자체에서도 선점경쟁이 치열하다. 탄소산업은 전북이 가장 먼저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지난 2013년 5월 효성 전주공장이 자체 기술로 고급 탄소섬유를 국산화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전북은 올해 초 메가탄소밸리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탄소기업 190개, 매출 8조원 규모 탄소전용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메가탄소밸리 구축 계획을 담은 국책과제사업(사업비 5200억원 규모)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북도 같은 시기에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예타사업으로 신청했다. 구미국가산단 제5 단지, 경산4 일반 산단 일대 66만1000㎡ 규모에 탄소 클러스터 전용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경북 탄소산업은 세계 탄소시장 32%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가 중심이다. 도레이는 구미공단에 4250억원을 투자했고 탄소 클러스터 조성사업에도 투자를 검토 중이다.

탄소산업을 놓고 두 지자체가 별도로 마련한 사업계획은 중복투자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경북과 전북이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이 80% 정도 중복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와 탄소 관련 산업계에서는 양 지자체가 탄소산업을 별도로 추진하면 중복투자로 인한 심각한 예산낭비와 탄소산업 역량 분산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양 지자체는 지난 3월 탄소산업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탄소산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탄소 관련 예타사업안도 공동으로 마련했다. 전북 메가탄소밸리 구축과 경북 융·복합 탄소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사업은 조만간 예타 조사가 끝날 예정이다. 사업비는 전북과 경북을 합쳐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총 1조170억원 규모다.

두 지자체는 총사업비 중 절반씩을 갖고 해당 지역에 탄소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을 위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 예타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올해 일부 예산을 반영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서는 경북탄소산업육성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탄소소재 산업별 최신기술과 동향을 소개하고 탄소 클러스터사업에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전북지역 공무원과 탄소관련 기업도 참석했다.

탄소산업 육성 협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북과 경북은 오는 11월 국내 탄소산업 활성화와 상호 역할분담을 위한 차원에서 2차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두 지자체는 탄소산업 관련 중복투자를 피하고 지역 특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두 지자체가 탄소 관련 예타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비는 전혀 줄지 않아 예산 나눠 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탄소산업 육성 분야도 경북은 인조흑연, 전북은 탄소섬유로 특화할 계획이지만 실제로 기업 유치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사업 중복을 피하려면 지원 시설과 분야, 기업유치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성수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경북과 협력해 탄소관련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국내 탄소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탄소산업 선진국인 독일처럼 지역별 공동협력으로 일자리 창출과 탄소산업 육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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