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 수출 45%를 책임지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화가 최우선 방안으로 제기됐다. 중국 현지 시설확대 등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양허 제외 품목은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고 이온교환수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위기돌파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20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체 무역흑자를 떠받쳐왔던 석유화학산업이 타 업종과 마찬가지로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예년 성적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부는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기업·품목 간 설비 조정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수출품목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최근 산업부와 석유화학업계 대표 기업 경영진이 함께 모인 경제통상연구모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은 지난해 310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냈지만 수출금액은 2013년 483억원에서 지난해 482억원으로 소폭 하락하며 성장세가 이미 멈췄다.
최근 범용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과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국인 중국 경제침체로 수출 감소 우려가 비등하면서다. 한중 FTA에서 중국 정부가 자급률 확대를 위해 신·증설 중인 일부 범용제품(P-X·TPA 등)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악재요인이다.
정부와 업계는 중국시장 ‘사수’가 필수라는 데 공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범용제품 비중을 낮추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중국 외 시장 다변화에도 노력과 지원을 다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체 석유화학 무역수지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229억달러 흑자가 발생한 대표 텃밭이다. 중국이 개방한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이온교환수지·고흡수성수지 등)과 자급률 부족 기초원료(에틸렌·프로필렌 등)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온교환수지는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반도체·LCD 기업 생산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제품용 수요 증가가 뒤따를 전망이다. 고흡수성수지는 중국 종이기저귀 사용 급증으로 향후 주요 수출 증가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제품도 중국 석유화학 생산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장 공급과잉과 관련, 과잉투자설비 구조조정 등 업계 자구노력 필요성과 저유가로 원료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구조조정 적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업계는 원료 공동구매와 일부 유휴설비, 저장시설 공동 사용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석유제품인 나프타 대비 가격이 싼 천연가스 기반 에틸렌 사업 진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과 합작해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분해설비(ECC)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한중 FTA 발효로 고부가가치제품 시장 개방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범용제품은 원가절감 방안 마련 등 중장기 대응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미생산 고부가가치 반제품을 일본·미국·EU 등에서 수입한 후 국내 완제품 생산공정을 거쳐 중국 내수시장에 맞춤형 소재로 공급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반덤핑 조사개시 전 통보 등 한중 FTA 산하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해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중국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무역수지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로 경쟁이 심화된 범용 제품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산업계도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생산설비 조절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외 가장 큰 시장인 인도시장 진출과 관련해 향후 FTA 양허 추가 협상 때 석유화학제품 진출이 용이해지도록 협상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입현황(단위: 달러)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