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아·태지역 국방 차관급 대화협의체 ‘제4회 서울안보대화’가 열렸다. 2012년 처음 시작된 서울안보대화는 30개 국가와 4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안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서울안보대화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국제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안보대화에 부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사이버안보를 1회부터 핵심 안건으로 선정, 논의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는 국방 사이버 분야 국·과장급 실무자 협의체 사이버워킹그룹을 발족해 논의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서울안보대화에서 우리가 사이버안보 이슈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에는 우리 경험과 교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여국은 우리 사이버 경험 사례를 듣고 싶어 하며, 우리에게 사이버안보 안건을 주도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안보 국제협력에서 핵심은 바로 신뢰구축 조치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사이버공간에서 활동은 오해를 유발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국제 협력을 위해서는 국가들 상호 간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UN 정부전문가그룹 권고안, 2013년 서울사이버스페이스총회에서 결의된 서울프레임워크 등은 모두 국가 간 신뢰구축 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도출하고 있다. 이번 서울안보대화에서도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신뢰구축 조치와 정보공유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사이버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예측 가능성과 회복 가능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각 국가 신뢰 구축과 투명한 정보공유를 촉구했다.
대한민국이 경험한 다양한 사이버공격 사례와 우리의 인식, 대응방안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잘하고 있는 부분은 저개발 국가가 참고함으로써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사 공조 등은 고충을 토로해 해결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사이버위협을 함께 경험하고 대응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축적된 사이버 방어와 대응 경험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우리 경험과 민간협력 사례 공유는 관련 우리 업체의 해외 진출로 이어져 정보보호산업진흥법과 함께 보안 산업 활성화를 이끄는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안보대화에 참여한 전문가와 대표들은 이러한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정보 공유 체계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공동 교육과 훈련 등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서울안보대화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참가국 인식 변화다. 얼마 전까지도 사이버전 같은 용어와 사이버안보에서 군 역할 등에 부정적인 시각이었던 서방국가는 이제는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 위협 대응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위협 사례와 공격 진화 양상 등으로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을 받아들이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각국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는 더욱 적극적인 사이버안보 대응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사이버안보 우위를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한수원 사태 이후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진행해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명실상부한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사이버안보비서관을 신설했다. 산업 발전 토대 마련을 위해 정보보호산업진흥법을 제정했으며, 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UN 정부전문가그룹 등 국제적 협의에 참여하고 양자 간, 다자간 국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정부기관과 기업은 각자 매년 수백, 수천 건의 사이버 공격을 맞닥뜨리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점차 정교해지고 빈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서울안보대화는 사이버안보 방향성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그리고 아·태 지역 사이버국방 분야 협력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서울안보대화에서 논의된 내용과 같이 자체 사이버안보 역량을 강화하며, 신뢰 구축을 기반으로 한 국제 협력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종인 안보특별보좌관 jilim76@presiden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