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다. 이미 직간접적인 의사를 밝힌 KB금융과 중국계 자본에 이은 세 번째 유력 후보다.
미래에셋증권은 9일 이사회를 열어 발행주식 총수의 100%인 4395만8609주 규모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자기자본이 3조6600억원 규모로 늘어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에 이어 업계 3위에 오른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부여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도 확보할 수 있게 돼 성장에 날개를 달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2067억원의 운영자금을 통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KDB대우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자기자본 6조원 이상의 업계 1위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본을 확충하게 되면 KDB대우증권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다 일찌감치 포기선언을 한 이유가 KDB대우증권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소 2조원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최대 3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KDB대우증권 인수전에는 이미 KB금융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밀린 경험이 있는 KB금융은 대우증권만큼은 꼭 잡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중국의 시틱그룹이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중신증권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어 여러 가지 시너지도 기대된다. 국내외 사모펀드와 KDB대우증권 노조도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인수전 규모는 예상보다 커지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10일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을 위한 유상증자지만 증자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과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KDB대우증권 인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주가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분석도 부정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상당 기간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7만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단계 내렸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대규모 증자로 인한 희석 효과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5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각각 낮췄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자로 올해 예상 EPS는 50.3%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와 내년 예상 ROE 역시 평균 2%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아예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삭제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KDB대우증권 인수 추진 보도와 관련해 "매각 공고 전이라 지분 매각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고 시장의 다양한 불확실성 우려 등으로 인해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내용"이라고 공시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