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부품업체 솔루엠이 지난 1일 새 출발을 했다. 삼성전기 디지털모듈(DM)사업부 내에 있던 파워 모듈과 튜너,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 부문을 분사해 만든 회사다.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삼성전기가 경영진단을 받고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다.
삼성전기 사업 구조조정은 올 6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모터 사업 철수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워모듈·튜너·ESL 사업 부문 분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기가 ‘저성장·저수익’ 사업을 정리했다는 세간 평가가 잇따랐다.
솔루엠으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 환경 변화로 매출이 지속 하락세에 있던 HDD모터 사업과 달리 3개 사업 부문은 꾸준한 고정매출 이상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를 주력으로 새 발걸음을 떼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라는 수식어도 달갑지 않다.
오히려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기존 사업 담당자와 관련 설비, 거래망 등을 그대로 넘겨받는 만큼 시장 안착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 CIS 총괄장을 지내고 삼성전기 DM사업부를 총괄하던 전성호 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보낸 점도 향후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ESL 사업 역시 그동안 주춤했지만 북미와 유럽 유통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솔루엠이 의욕적으로 사업 전개를 추진해볼 만한 영역이다.
삼성전기는 지금껏 여러 상장사를 배출하고 체질 개선을 해왔다. 삼성전기 출신 부품업체 역시 성장과 부침을 반복하며 국내 제조업 생태계 발전에 일조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분사하는 솔루엠 역시 맡은 영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로 후방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기 바란다.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임직원이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잘하기 위한 동기 부여와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폰과 TV 등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관련 부품 업계 분위기가 무겁다. 총매출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 주체 등장이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자 부품업계에서 새로운 한 축을 맡을 솔루엠 순항을 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