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국(事業報國)’
사업 또는 기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CJ 경영철학이다. 식품 전문 기업 제일제당으로 출발한 CJ가 한류를 선도하는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CJ는 지난 20년간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하며 우리나라 문화산업 발전을 선도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에 문화 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제시하며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했다.
CJ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제2의 사업보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설탕 회사의 화려한 변신
CJ 전신 제일제당은 지난 1995년 2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프리 카젠버그 월트 디즈니 사장,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게펜이 공동 설립한 ‘드림웍스 SKG’에 3억달러(약 3552억원)를 투자했다.
CJ는 드림웍스에 투자하며 배당금은 물론이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판권을 보유하게 됐다. 배급, 마케팅, 관리, 영상 기술 등 영화 콘텐츠 제작·유통에 관한 할리우드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식품 전문 업체에서 문화 전문 업체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CJ는 같은 해 8월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CJ는 1998년 국내 최초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극장 ‘CGV강변11’을 열었다.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CGV강변11은 개관 첫해 350만명 관객을 유치했다. 평일과 주말 객석 점유율은 각각 38~41%, 77~80%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 시내 개봉관 평균 객석 점유율이 평일 15%, 주말 4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갑절 이상 높은 수치다.
CJ 관계자는 “드림웍스 투자를 결정한 시점부터 멀티플렉스 설립을 검토한 것”이라며 “CGV 서비스 지역 확대에 따라 영화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내 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방송을 품다
CJ는 1997년 음악 전문 방송채널 엠넷(Mnet)을 인수, 방송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 케이블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39쇼핑이 유일하게 흑자를 냈을 정도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다. CJ는 엠넷 인수 이후 대규모 방송 프로그램 개편과 24시간 실시간 인터넷 방송 등을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CJ는 1999년 해외 음악 전문 채널 MTV네트워크아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방송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엠넷을 앞세운 CJ는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엠넷 KM 뮤직 페스티벌(MKMF)’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를 잇따라 개최하며 K팝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CJ는 2000년 푸드 채널 ‘채널F’와 영화 채널 ‘홈CGV’를 개국하며 음악, 영화, 요리 등 다양한 문화 채널을 보유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로 부상했다.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하고, 2010년에는 온미디어도 인수했다. 마니아 등 특정 시청층을 겨냥한 전문 채널을 대거 확보했다.
◇케이콘, 한류 콘텐츠 미래
CJ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개최한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은 국내 문화 산업의 핵심 창조경제 모델로 평가된다.
K팝, K뷰티 등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케이콘은 K팝 콘서트와 한국 콘텐츠와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행사다.
지난 4월 일본을 시작으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에서 총 9만명을 웃도는 관객이 케이콘을 찾았다. 그동안 LA에서만 개최한 행사 범위를 미국 동부와 일본으로 확대했다. 케이콘을 찾은 현지 관객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씨스타 등 K팝 콘서트에 열광했다.
별도로 마련된 컨벤션 부스에서 이방인은 한국 기업 상품을 구매하고,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K컬처를 만끽했다.
CJ는 올해 케이콘 경제적 가치를 약 5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2800억원보다 갑절가량 증가했다. 이는 현대자동차(아반떼) 4만대, 삼성전자(갤럭시S5) 92만대 수출액에 버금가는 수치다.
케이콘에 참가하려는 기업 수는 매년 전년 대비 1.5~2배 늘고 있다. 현장에서 실제로 상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류 콘텐츠 낙수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가 산업 전반으로 경제효과를 확산하는 ‘한류 경제학’이 케이콘에서 입증된 셈이다. CJ는 케이콘 규모를 지속 확대해 핵심 글로벌 상생 협력 플랫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케이콘을 총괄기획한 신형관 CJ E&M 상무는 “케이콘은 매년 갑절씩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이라며 “미국 동부 등 타 지역으로 케이콘 개최 지역을 확대해 한국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