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유혹하는 것은 요술도 마술도 아니다. 기술이다. 이 책은 홍보, PR, 프로파간다 등 메커니즘을 주요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낸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와 일곱 가지로 정리된 기술로 인간 한계와 속성을 이해하고 대중의 마음을 얻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한국인의 집단심리-우리 We’ 방송 제작과 동시에 집필이 진행됐다. 방송 1, 2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총 6개국을 45일 동안 수집한 내용이 담겼다.
책은 기획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미국, 프랑스, 태국, 오스트리아를 방문했고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 스튜어트 유엔 뉴욕 시립대 교수, 로랑 제르브로 문화평론가, 클라우디아 쉬멜더스 등 세계적인 석학 인터뷰도 담았다. TV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방송된 후 출판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 책은 방송제작과 동시에 집필을 거쳐 방송에 담지 못한 상세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개된 사례들은 ‘유혹의 기술’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자체로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사건이다. 가령 히틀러 얼굴을 완성시킨 하인리히 호프만을 통해 히틀러가 대중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이 가져오는 폐해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20세기 최고 대중 유혹 기술을 다루며 대중의 어떠한 속성을 이용하는지, 어느 부분을 채워주는지 말하고 있다.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에 관해 이 책은 유명한 일화를 하나 담고 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 미국 PR 전문가와 조지 워싱턴 힐 아메리칸 토바코 회장의 일이다.
1934년 힐 회장은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여성들이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버네이즈를 찾아갔다. 녹색 담배 포장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녹색을 유행시키겠다고 말한다. 곧바로 뉴욕 사교계에는 녹색을 드레스코드로 하는 ‘녹색 무도회’가 열렸고 호텔 패션지 편집자 등을 초청해 녹색을 주제로 한 행사도 열렸다. 음식은 모두 녹색 계열로 통일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언론마다 녹색이 유행이라는 기사가 실렸고 럭키 스트라이크는 녹색 마케팅에 성공하게 된다.
저자는 이 마케팅 기법이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올 가을 유행할 색상이나 패턴은 모두 방송 등에서 전해지기 때문이다.
광고나 홍보 전문가, 마케터, 컨설턴트 등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이는 늘어나고 있다. IT와 광고 산업이 만나면서 이 기술은 점차 진화한다. 최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등 다양하다.
저자는 미디어로 개인 영역에 침투해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설득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이 설득자 기술에 점점 무감각 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책은 설득자가 우리 소비현상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의식 구조를 바꾸고 세계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에 담겨있는 전략을 파헤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정호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1만5000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