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200C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의 새로운 도전이다. 선 굵은 대형차 위주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피아트와 협력으로 도시적 세련미가 물씬 나는 중형 세단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도전인 만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콘셉트 자체는 훌륭하다. 외장 디자인 완성도도 높고, 인테리어도 섬세하다. 적극적으로 도입한 수십 가지 첨단 안전·편의 기능은 중형차 편견을 깬다. 제품 자체로도 준수하지만 벌써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외관은 굳이 크라이슬러 앰블럼을 확인하지 않으면 미국차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전면부는 유려한 곡선으로 꾸몄다. 헤드램프와 프런트 그릴을 한 데 감싸는 곡선이 이 차의 디자인 정체성이다. 윤곽선 곡률도 크라이슬러 앰블럼과 잘 어울린다. 차체가 그리 낮지 않음에도 날렵한 쿠페 느낌이 난다. 작고 얇은 사이드미러와 조화도 좋다. 전체적인 맵시를 살피면 단단한 조약돌 같기도 하고, 미래지향적 콘셉트카 느낌도 난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다.
주행에서는 중·저속 구간 정숙성이 돋보인다. 시속 80㎞를 넘기기 전까지는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거의 없다. 도로 위를 물 흐르듯 매끄럽게 달린다. 노면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요철 구간에서 덜컹거림이 오히려 이질적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세팅됐지만 소음진동(NVH) 성능이 훌륭해 주행 중에는 불편이 없다. 가속, 조향, 제동 성능은 중형차 소비자 눈높이에 딱 맞다.
고속 구간 가속을 시작하면 소음이 슬슬 거슬린다. 노면음, 풍절음이 아니라 엔진 소음이다. RPM을 생각보다 많이 쓴다. 크라이슬러 200C는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중형 세단에서 무려 9단. 변속기 다단화 정점을 찍었지만 완벽히 소화하지는 못했다.
시속 100㎞를 훌쩍 넘겼는데 여전히 5단에서 3000~4000RPM을 쓰는 경우가 잦다. 가속 페달에서 슬쩍 발을 떼고 ‘안정화’를 시도하면 소음은 이내 잦아들지만 불편하다. 8단으로 달리다 시속 50㎞대로 감속했는데 기어는 6단에 머무르기도 한다. 변속기 자체 성능은 훌륭할지 몰라도 민첩한 변속 세팅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변속기는 ‘로터리 E-시프트’라는 독특한 장치로 조작한다. 센터 콘솔에 변속 레버가 없다. 대신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주행(D), 후진(R), 주차(P), 중립(N), 저단(L)을 선택하도록 했다.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덕분에 1열 중앙 공간 활용성이 높아졌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떡하니 차지하던 레버를 없애고 조그만 다이얼 하나를 센터페시아 방향으로 밀어 올렸다. 빈자리는 이 차만이 가진 독특한 수납공간으로 만들었다. 평범해 보이는 컵 홀더와 받침대가 앞뒤로 움직인다. 컵 홀더를 뒤로 밀면 아래로 커다란 수납공간이 나온다.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일본차나 유럽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한 인테리어다. 로터리 E-시프트,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공기조절장치와 오디오 조작 버튼을 한 데 모아놓은 중앙 조작부 배치도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첨단 안전·편의 기능을 적극 도입한 것도 좋은 시도다. 조작 직관성과 사용자경험(UX)에서는 개선 여지를 남겼지만 기능 자체는 훌륭하다. 차선이탈경보장치(LDWS)가 아닌 차선유지지원장치(LKAS)가 달렸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이탈하면 계기판에 경고를 띄울 뿐만 아니라 핸들을 단단하게 조이면서 복귀를 돕는다. 계기판에 경로 안내(턴-바이-턴)를 띄워주는 기능도 편리하다. 전방추돌경보장치(FCWS) 반응성도 좋다. 평범한 중형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고급감이 넘친다.
〈크라이슬러 200C 주요 제원(자료 : FCA 코리아)〉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