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 - 김태우 기자]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pplication Processor)는 PC보다 더 많은 기능을 품고 있다. 중앙처리장치라 부르는 CPU를 비롯, 그래픽 코어인 GPU, 통신을 맡은 BP 등 여러 시스템을 하나로 집약해 만든다. 그래서 SoC(System on Chi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AP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신 AP가 무엇이고,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두면 스마트폰 구매 시 도움은 된다. AP는 다양한 제조사가 만들고 있는데, 퀄컴이라는 회사는 한 번쯤 들어 봤을 테다. 스냅드래곤은 퀄컴이 만드는 AP 브랜드로, 올해 초 고성능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 810을 내놓은 바 있다.
스냅드래곤 820은 810의 후속 제품으로 2016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출시일이 상당히 남았음에도 이미 820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 사양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8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그래프 2015’에서 스냅드래곤 820의 비주얼 프로세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시그래프(Special Interest Group on Computer Graphics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스 국제회의로 퀄컴은 모바일 그래픽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참여한 유일한 기업이다.

스냅드래곤 820에서 비주얼 프로세싱을 담당하는 부분은 크게 4가지다. 아드레노 530 GPU, 아드레노 DPU, 아드레노 VPU, 스펙트라 ISP가 그것이다.
아드레노 530은 810에 들어간 430의 뒤를 잇는 GPU다. 퀄컴의 GPU 중에서는 최상위 모델로 전작보다 평균 40% 이상의 성능 향상을 이루어 냈다고 퀄컴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근간이 되는 아키텍처에 변화를 줬다. 오픈 GL ED 3.1+AEP (안드로이드 익스텐션 팩), 렌더스크립트(Renderscript), 오픈 CL 2.0과 벌칸 표준 등을 포함한 그래픽 및 연산 API를 지원하며, 64비트 가상 주소도 이용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기능은 GPU의 전력 관리. 독립적으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미센 단위로 전력 조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전력 소비는 430보다 40% 더 적다. 퀄컴의 설명대로 구현된다면, 배터리는 적게 쓰지만, 더 화려한 그래픽을 소비자는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눈이 직접 경험하게 되는 디스플레이 부분도 알아보자. 이 부분은 아드레노 DPU가 처리하게 된다. 먼저 향상된 에코픽스(EcoPix)와 트루팔레트(TruPalette)가 지원된다. 에코픽스와 트루팔레트는 스냅드래곤 810에도 쓰인 기술이다. 에코픽스는 밝은 햇빛에서도 화면을 더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며, 트루팔레트는 색상과 명암을 조절해 준다.
4K 디스플레이는 이제 무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HDMI 2.0 이상을 쓰면 60fps 4K HEVC 동영상을 4K 디스플레이에 뿌릴 수 있으며, 무선에서는 그보다 약간 떨어지는 30fps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무선은 미라캐스트 2.0을 지원한다. 내년에 스냅드래곤 820이 나오면, 미라캐스트 2.0 지원 디스플레이도 하나씩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색영역은 REC.2020을 지원한다. REC.2020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역을 RGB 시스템을 최대한 구현해 놓은 영역이다. 이를 제대로 커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는 구현할 수 없음에 가깝지만, 어쨌든 색영역의 최대치를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 장치에 들어가는 스냅그래곤에 4K와 REC.2020은 당장 쓰임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더 큰 화면을 원하는 비주얼 경험의 특징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인 카메라 부분으로 넘어가 보자. 스냅드래곤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신호를 처리해 주는 부분은 스펙트라 ISP가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센서 크기가 제약이 있는 탓에 결과물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ISP가 중요해 지고 있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ISP에서 처리하게 된다.
스냅드래곤 820은 14비트 듀얼 ISP를 쓴다. 듀얼 ISP는 스냅드래곤 810에 처음 쓰였다. 2개의 카메라로 서로 다른 심도의 사진을 촬영한 이미지를 결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이를 활용한 제품이 많지는 않다. 820에서는 전면 카메라, 후면 듀얼 카메라 등 3대의 카메라를 동시 지원한다. 셔터 랙 없이 최대 25메가 픽셀의 데이터를 초당 30 프레임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하이브리드 오토포커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자연스러운 피부 톤 등 이미지 품질을 높였으며, 어두인 곳에서 찍은 결과물도 적절한 밝기로 보정해 준다.

퀄컴이 생각한 스냅드래곤 820의 비주얼 경험은 무엇일까? 사진이나 동영상에서는 움직임이나 조명 상태에 상관없이 사용자가 보고싶은 부분은 항상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며, 거실에서도 최고의 모바일 영상과 게임을 즐기는 것. 정확한 색상 표현과 매끄러운 반응, 그리고 가상 현실로 이어지는 경험의 확장까지. 모바일 경험이 더는 모바일에서 머무르지 않으며, 이를 위해선 비주얼 프로세싱이 중요해 지고 있음을 시그래프에서 퀄컴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새롭게 도입된 퀄컴 아드레노 5xx 시리즈는 530과 510이 출시될 예정이다. 스냅드래곤 820과 620/618에 각각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