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증설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의 치킨게임을 주도했던 중국 업체가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무리한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산업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올해 중국 LED 업계가 일부 선두 업체를 제외하곤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LED 업계도 중국발 무차별 공습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최근 중국 LED 관련 업계가 자국 내 업체 간 가격 경쟁 심화와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 수익성 악화 등으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익을 내는 곳은 극히 일부 업체에 불과하고 업계 대부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데는 글로벌 조명 업체 필립스가 한몫했다. 필립스는 중국 내에서 가격경쟁력에 뒤처져 재고가 늘어나자 지난 2분기 동안 재고 정리 차원에서 대대적인 덤핑 판매를 전개했다. 5달러 이상으로 판매하던 LED 램프를 반값으로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글로벌 조명업체인 필립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편인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필립스 제품 선호도가 현지 업체 제품보다 높아졌다”며 “지난달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가격 인하 마케팅이 지속되면서 중국·대만 LED 업체 판매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필립스 외에도 중국에서 가격 인하 정책을 고수하는 글로벌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중국 LED 업계에 위협이다. 이들 글로벌 업체는 중국에서 OEM 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공격적 증설 투자에 나서 공급을 늘렸던 LED 칩과 패키지 부분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LED 관련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까지 왔다.
중국 LED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ED 칩 가격이 원가보다도 더 낮게 책정된 상황이라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됐다”며 “무분별한 증설 투자가 ‘자승자박’하는 덫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LED 관련 보조금 지원 등을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보조금 지원이 불명확해지자 중국 업체는 일정을 앞 다퉈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판로 개척에 실패하면서 일부 선두 업체를 제외하곤 많은 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업계는 향후 1~2년 내 대부분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LED 칩 업체는 차세대 기술인 플립칩 생산을 확대하는 등 생존 전략 모색에 들어갔다.
국내 업계는 LED 산업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려했던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되면 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고, 중국 업체가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해 차세대 LED 제품 개발로 기술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각오다.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대표는 “지난해 중국 업체가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에 플립칩, UV LED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신 설비를 투자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LED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