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구매보조금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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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는 국가별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놓고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그동안 기후변화협약에 소극적이던 중국도 오는 2030년을 전후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는 늘리지 않기로 정했다. 우리 정부 역시 2030년까지 기준연도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정책 목표를 수정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정책 함께하는 것에 그 어떤 나라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발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에 이견과 방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제도를 꼽을 수 있다. 보조금 제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로 보조금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책적 실효성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책정한 보조금 규모에 따라 전기차가 보급효과가 제한적이다. 일종의 ‘공짜’ 심리가 작용해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전기차를 구입하면 손해를 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국가 재정여건이 어려워질 때다. 보급물량이 증가하면 재정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책추진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한 대당 구매보조금을 1500만원으로 전제할 때 전기차 20만대를 보급하려면 약 3조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추가 보조금과 완속충전기 구축비용을 합치면 지원재정은 4조원을 훨씬 넘게 된다.

둘째, 보조금 중단 시 전기차 ‘판매 절벽’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보완대책 없이 구매보조금을 중단하면 전기차 판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조금 축소나 중단에 대비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단기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시장이 인정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전기차 가격 인하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규모는 동급 엔진차량과 가격 차이를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자동차제조사는 전기차 원가가 높아도 이에 상응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전기차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2015년부터 ‘저탄소협력금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도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 자동차 등록세를 올리고, 반대로 소형차는 내리고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차는 오히려 보조금을 받는 제도다. 프랑스는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후 소형차와 전기차 등 저탄소차량 신규 등록이 크게 증가했다. 세수변화는 거의 없었는데 대형차 세금증가액으로 소형차에 세금감액을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탄소협력금제도가 전기차 보조금제도보다 많은 장점을 지녔음에도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제도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됐다. 그래서 전기차 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제 겨우 전기차 보급 초기단계를 지났을 뿐인데 앞으로도 과연 전기차 보급이 지속적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구매보조금 축소 등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이 지속가능한 정책효과를 얻기 위한 전기차 보급정책 진단이 필요한 시기다. 올바른 구매보조금 평가와 저탄소협력금제도 시행 재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주행거리 비례 자동차세 및 보험제도 도입, 공해차량 도심통행제한 등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개발과 개선에 힘써야 할 때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skhwang@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