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사업자 인터파크(회장 이기형)는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도전을 공식화했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기존 은행권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27일 “20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축적한 노하우로 기존 은행의 인터넷 뱅킹보다 고도화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파크와 전자상거래를 하는 수만개 협력체가 수신·여신 등 금융을 필요로 하는데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컨버전스·오픈 이노베이션 뱅크 표방
인터파크는 23년만에 부여되는 은행 인가의 획득을 위해 외부자문기관(회계·법무법인) 선임을 완료하고 9월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인가신청서 작성에 착수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 직후 구성한 그룹내 TF를 만들어 준비해왔다. TF 단장은 이상규 사장이 맡았다. 가칭 ‘인터파크은행’은 다양한 산업간의 융합으로 만들어가는 컨버전스 뱅크(convergence bank)와 여러 사업자의 집단 지성을 결집해 만들어가는 오픈 이노베이션 뱅크(open innovation bank)를 추구한다.
인터파크는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구축한 생태계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해 기존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와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자 후생증진과 은행 서비스 경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파크는 해외 인터넷은행 사업자가 전자상거래 기반을 가진 라쿠텐(일본)과 알리바바(중국)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전자상거래 기반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생활 접점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 은행, 증권사, 보험사, 온·오프라인 유통사, 통신사, 플랫폼사업자, 핀테크 사업자, PG사업자 등 다양한 사업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플랫폼은 모바일을 핵심기반으로 한다.
◇초기 자본금은 2000억~3000억원…다수 주주 참여
은행 초기 설립자본금은 2000억~3000억원이다. 정부가 인터넷은행 자본금을 500억으로 잡았지만, 인터파크는 안정적인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터파크는 현행법 내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 4%와 금융위원회의 승인으로 의결권 없는 지분 6%를 더해 최대 1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인터파크 10%를 상회하지 않는 다수의 주주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몇몇 사업자는 컨소시엄 참여를 공식화했다. 인터파크는 빠른 시간 안에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하고 컨소시엄 참여자와 함께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은행의 모습을 만들 계획이다. 인터파크는 “어떤 회사들로 컨소시엄이 구성되는지가 성패 관건이 될 것”이라며 “3년 이내에 BEP를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G이니시스, 다날 등 비금융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올 하반기 ‘라이선스’획득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형은행보다는 IT기업에 인터넷은행 라이선스를 우선 부여한다는 계획이라 IT기업을 통한 은행의 우회 진출 경쟁도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직접 진출보다는 IT기업과 별도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은행 진영을 형성한다는 복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바일지불결제 사업자뿐만 아니라 IC칩 제조사 등 여러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타진 중”이라며 “금융권도 이들 기업과 공조체제를 형성해 사업 진출을 꾀하거나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 타깃으로 유관 사업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