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호의 실크로드 속으로] (3) 실크로드 관련 민족들의 정체성,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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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 존재하던 국가나 민족을 모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크로드를 타고 수없이 많은 문명이 명멸을 거듭했고 셀 수 없이 다양한 문화가 꽃을 피우고 지고 또 새로운 문화로 거듭 태어났다. 그 길을 타고 수없이 많은 민족이 이동하여 나라를 세우고 다른 민족을 정복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다가 소멸하는 것을 반복하였다.

알렉산더 왕 (Alexander the Great; BC 356 – 323)은 실크로드를 이용한 첫번째 정복자이다. 그는 동양을 향한 정복전쟁을 통해 헬레니즘 문화를 전파시켰다고는 하나 그 전파의 결과로 소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약간의 건축물에 헬레니즘 양식이 들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잘 알 수가 없다. 원래 목적이 약탈전쟁이었지 헬레니즘 문화를 미개한 지역에 전파하겠다는 사도적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시아 인종과 유럽 인종간의 혼합을 가져왔다.

그 이후에 실크로드를 사정없이 휘젓고 다녔던 징기스칸이나 티무르 같은 정복자들도 결과적으로 인종 혹은 민족간의 혼합이나 문화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거나 전쟁의 충격파를 통해 새로운 문명이 창출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인류사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야욕과 복수와 잘못된 신념 등의 부산물로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낸 사람들을 결코 칭찬해서 않되고 그런 종류의 행태를 영웅시해서도 않될 것이다.

이런 역사의 풍파 속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성된 실크로드 국가나 민족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어 설명할 수 없으므로 그들의 전반적인 정체성이 무엇이냐 는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 뚜렷한 답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의 정체성을 쉽게 정의할 만한 어떤 공통적 특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정체성이 없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실크로드와 관련된 어느 국가이든 민족이든 모두 다 같은 생존이유와 생존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방법이다. 그러나 실크로드 전체가 아닌 구간별로 나누어 보면 어느 한 구간이 다른 구간과 다른 점을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런 맥락에서 구간화된 지역적 정체성을 살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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