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기아’가 돌아왔다. K5는 기아자동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표 중형 세단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다듬은 역동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처음 출시할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달 출시한 2세대 모델은 5년 만의 풀체인지로 하반기 실적 회복을 이끌 숙명을 타고났다.
다변화된 국내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스포츠 익스트림’과 ‘모던 익스트림’으로 디자인을 나누고 디젤 엔진을 추가해 총 다섯 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총 33㎞ 구간에서 2.0 가솔린 모델과 1.7 디젤 모델을 직접 몰아봤다. 두 모델 시승차 모두 외관 디자인은 MX로 제공됐다.
디자인은 명성 그대로다. 구형 모델과 차이점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당당한 느낌이 한층 강조됐다. 차체와 실내 공간이 커진 점이 주효했다. 더 날렵해진 후면부 램프가 가장 눈에 띈다. 얇고 단순한 선으로 구성돼 깔끔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 브라운 컬러 패키지를 적용한 가솔린 모델에 올라탔을 때는 중형 세단을 넘어서는 고급감이 느껴졌다. 목재 테두리 마감과 어우러져 고급 수입차 같은 느낌을 줬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기울기와 전후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도 유용하다. 가족을 태우기 위한 배려다.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도 국산 중형차 최초로 적용됐다.
무엇보다 시트가 훌륭하다. 안락한 소파에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등받이, 옆면 등 시트 부위별로 경직성이 다른 소재를 적용했다. 덕분에 신체 부위별로 푹신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주행에서 눈여겨볼 점은 디젤의 정숙함과 가솔린의 힘이다. 한마디로 편견을 깨는 주행 성능이다. 가솔린 모델은 웬만한 고속 주행에서도 힘이 부치지 않았다. 치고 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어느새 속도계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기운다. 페달감도 개선됐다. 구형 K5의 가벼운 페달감이 사라졌다. 적당한 무게감을 살려 가속력을 조절하기가 한층 편해졌다. 기어 레버는 좀 더 두툼해져 손맛이 있다.
디젤 모델은 특유의 강한 힘을 살리면서도 시끄럽지 않았다. 저속에서 엔진 소음을 잘 다듬었다. 균형 있게 통통 치는 듯한 소리가 오히려 듣기 좋다. 치고 나가는 힘을 즐기는 ‘펀 투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디젤이 가솔린보다 낫다.
시승할 기회는 없었지만 SX 모델과 더 잘 어울리는 엔진이다. SX 모델에는 패들 시프트도 제공되기 때문에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수입차가 닦아놓은 디젤 세단 시장을 누비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입차 대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특히 두 모델 모두 연비가 훌륭했다. 실제 측정 결과 가솔린은 리터당 12.1㎞, 디젤은 리터당 16.5㎞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코너링과 서스펜션은 평범한 중형 세단이다. 적당히 잘 꺾이지만 그렇다고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흠 잡을 데는 없지만 너무 흔해서 매력 포인트로 삼을 만한 요소가 없다. 딱 가족용 세단에 충분할 정도다.
K5가 출시된지 5년이 지났다. 그 새 진화된 기술력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ASCC)은 운전 피로를 덜어준다. 사각지대 차량 접근을 경고하는 후측방경고장치(BSD), 차로이탈을 알려주는 차로이탈경보장치(LDWS) 쓰임새가 가장 좋다. 후진 주차 시 사이드미러를 아래로 꺾어줘 주차도 쉬워졌다.
<신형 K5 주요 제원(자료 : 기아자동차)>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