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정부보조금이 바닥났다는 소식이다. 올해 배정한 3000대 분량 예산은 이미 90%를 소진했고 나머지 350대를 지원할 보조금을 하반기 공모를 위해 겨우 남겼다. 올해 전체 전기차 보조금 450억원 가운데 50억원만이 남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기차를 보급해야 하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소비자도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전기차 산업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강한 성과주의와 부족한 예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실 전기차에 대한 정부 정책보조금은 계륵과 같다. 제주도 사례에서 보듯 보조금은 여전히 전기차 활성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전기차 보조금이 오히려 산업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차량 가격 3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시황에서 완성차 업체는 굳이 차량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고, 결국 전기차 보급은 경쟁이 아닌 보조금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줄이고 관련 인프라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대신 도로에 무료충전기를 설치하는가 하면 공공 부문에 전기차 전용주차장 설치를 의무화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 문제를 넘어 세수개편과 전기요금 체제 등 기존 에너지 생태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로 쪼개지고 나눠진 부처간 칸막이를 하루빨리 허물어야 한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만 있지 않다. IT와 부품소재, SW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이업종과 융합되면서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동을 걸고 도로를 질주할 채비를 갖췄다. 관련업계가 정부의 보조금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가속페달은 어느 누구도 밟을 수 없다. 현실성 없는 구호성 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업계 목소리에 더욱 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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