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신뢰 회복 절실한 자동차 정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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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 대국이다. 명예와 자존감을 가져도 좋다. 더구나 자동차는 생산재일 뿐만 아니라 주요 소비재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정의는 “원동기에 의존해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된 용구 또는 이에 견인돼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된 용구”를 뜻한다. 이런 특성으로 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제조 산업 중 하나다. 경제력과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은 광범위한 관련 산업을 포괄한다. 기계, 전기, 전자, 철강, 석유화학, 섬유,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운수 서비스업, 판매 유통업, 금융업, 광고업, 정비, 매매, 해체 재활용은 대표적인 자동차 관련 서비스업이다. 자동차는 커다란 종합 산업으로, 전후방 파급 효과가 크다.

항공기, 철도차량, 선박 등 기타 운송기기 생산은 주문 방식에 기반을 둔다. 반면에 자동차는 시장 생산을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방식 특성을 갖췄고, 승용차 중심 선진국 주도형 산업으로 국제화 수준도 높다.

국내 자동차 산업 2차시장인 애프터마켓 규모는 지난 2014년 87조원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약 123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이해당사자 간 충돌로 산업 발전이 더디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정비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 국민과 소비자 입장에서 각종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고 주체 간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2014년 말 기준 종합 및 소형 정비업체가 5511개, 부문 및 원동기 정비업체가 2만9582개다.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정비료 과다 청구, 견적서 미제시 등 문제는 여전하다. 견인업체에 알선료를 지불하고 사고 차량을 유치하는 정비업소 때문에 수리 범위 확대, 정비 비용 증가 문제가 대두된다. 차주의 정비업체 선택권도 제한된다.

사전 견적 미제시로 소비자 불신도 크다. 이는 곧 보험업계와 정비업계가 보험수가를 결정할 때 보험업계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정비업계 수익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이다.

지난 10여년간 손해보험사 보험료 지급 현황을 보면 부품비 비중은 평균 47%, 공임비 비중은 26%, 도장료 비중은 27%다. 정비 공임 비중이 지극히 낮은데다, 부품비 상승률과 공임비 상승률 차이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 매출 대비 이익률은 2003년 18.9%에서 2014년 8.5%로 추락했다.

정비업체는 임대·하도급, 수리범위 확대, 불법 견인 같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의 자정 노력에 부당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정비 이력 정보를 구축했지만 사후보증 미흡, 완성차 회사 부품사 수직 계열화로 인한 조달 유연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 부품 공급시장 독점에 따른 소비자 비용 증가도 문제다.

자동차 기술은 전기·전자와 융합되고 있지만 정비업은 ‘3D 노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인력 교육 의무 폐지로 고급 인력과 신규 인력 공급도 어렵다. 튜닝 및 친환경차, 수입차 정비 수요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인력과 시장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정부는 자동차 관리사업 정책 우선순위에 제도 개선, 소비자 신뢰 향상, 미래 사업환경 구축을 올려놔야 한다. 종합이력시스템 확대 적용, 정보제공 법제화, 정비인력 관리 및 재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 난립하는 정비업체 수는 과감히 시장경제 논리로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불법 행위를 일삼는 정비업체를 영구 퇴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업계는 제조사 직영정비사업소와 수입차정비업체 수준의 보험수가를 책정해 상생에 나서야 한다. 평균 표준시간공임 2만5000원대 후진적인 보험수가는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 정비업계와 상생은 보험업계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실추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어느 누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만큼 구조적으로 쌓인 적폐가 크다. 정부, 제조사, 정비 업계, 보험 업계가 협조해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할 때다.

하성용 한국자동차공학회 AS 및 손상평가 연구회 위원장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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