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개발사업이 부진하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개발 사업은 한국원자력의학원 주관으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총 1950억원이 투입되는 중기 프로젝트다. 부산 기장군 가속기 치료센터 건립도 사업 범위에 포함된다. 지난 2012년 가속기 공학 설계를 시작으로 각종 세부연구를 진행해 왔고, 지난해 1월에는 치료센터 착공식을 가졌다.
사업 계획대로라면 지난해까지 가속기 핵심장치 제작 준비와 빔추적 PET·GEVI 등 치료 임상용 시스템 설계 및 제작을 완료해야 했다.
올해와 내년에는 가속기 조립과 설치, 치료기 승인, 방사선 시설 인허가, 임상 시험과 상용 테스트를 거쳐, 2017년 암 환자 치료에 본격 활용하는 일정이다.
하지만 개발 목적과 기종 변경 등 사업 추진 과정에 혼선이 생기고,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 문제까지 겹쳐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재정난 등을 이유로 750억원 분담 사업비 투입을 늦추면서 사업 핵심인 가속기 개발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중입자 가속기 개발과 치료센터 건립 사업비는 총 1950억원. 국비 700억원에 부산시와 기장군 500억원, 의학원이 750억원을 분담하는 형태다. 지난해까지 국비 465억원, 시·군비 470억원이 투입돼 부지 공사 및 각종 설계와 기초 기술 용역이 이뤄졌다.
의학원 분담금 750억원은 가속기 핵심 부품 및 기술 개발, 상용화 테스트 등에 투입하는 R&D 비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푼도 투입되지 못했다.
의학원은 민간 투자유치로 이를 해결 하겠다며, 지난 5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투자기업을 모집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부 투자유치는 기껏해야 200억~3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학원의 분담금 확보 및 투입이 불투명하자 올해 책정된 국비 70억원 집행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남상훈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장은 “어렵지만 민간 투자유치로 사업비를 최대한 조달해 가속기 개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부터 불거진 가속기 개발 목적과 당위성 논란도 여전하다.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개발 사업은 당초 국내 첨단 암 치료기 보유라는 의미와 첨단 가속기 제조 기술 확보라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가속기 연구개발 과정에서 장치를 사용하는 의료계, 가속기 개발·운용하는 전문가 그룹, 이를 응용할 과학기술계, 정책 수립과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까지 이해 당사자 간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가속기 기종이 당초 사이클로트론에서 싱크로트론으로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래부 담당 공무원과 사업단 책임자 및 관련 인력 교체 등 전담 인력 변화와 이로 인한 사업 방향 및 세부 사업내용 변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속기 사업에 관여한 한 대학 교수는 “사업을 맡은 책임자와 전담 인력이 어떻게 구성되고 외부 입김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가속기 기종과 개발 방향, 예산 투입 등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며 “지금이라도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가속기 개발 목적과 중장기 활용 방안, 재원 마련을 보다 명확히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