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을 활용한 기술혁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R&D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온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는 이전 정부와 달리 R&D 예산 증가 추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내년에는 25년 만의 예산 축소까지 예상된다. 과학계에서는 정부 R&D 투자 감소추세에 우려 목소리가 높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고자 과학기술을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학 예산은 줄어들게 생겼다”며 “R&D 투자는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투자 대비 성과창출이 미흡한 데는 비전문가인 관료가 중심이 된 정부 주도 R&D 정책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출연연 한 연구원도 일관성 없는 R&D 정책을 비판했다.
출연연 연구원은 “정부가 R&D 예산을 늘리든 줄이든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단지 R&D 예산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 예산 편성 시 출연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달 최경환 부총리에게 “2016년 예산 반영 시 출연연 예산을 일률적으로 몇 % 삭감하는 식 조정은 지양해야 한다”며 “출연연 특수성을 반영해 예산이 제대로 편성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건의했다.
비록 예산은 축소되더라도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핵심 어젠다나 대표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지난 5월 열렸던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개혁방안이 나왔을 때부터 R&D 예산 축소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록 R&D 예산은 줄어들더라도 과학계에 희망이 될 수 있는 큰 어젠다나 미래를 위한 뚜렷한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이런 계획이나 의제도 없이 예산만 줄어드니 과학계로서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