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상용 제품이 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내는 답보 상태다. 그래핀 관련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했지만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핀 상용 기술 개발에 나섰던 국내 주요 그래핀 원소재·제조업체가 연구소 수준 샘플 제작에 머무르고 있거나 사업화 투자를 미루고 있다. 시장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높은 제조원가, 낮은 품질 등이 주된 이유다.
그래핀은 제조 방법에 따라 화학적 박리법으로 그래핀을 회수하는 그래핀 플레이크와 화학적 증착법으로 그래핀을 형성하는 CVD 박막 그래핀으로 크게 나뉜다.
그래핀 플레이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주자는 대주전자재료와 IDT 등이다. 이들 업체는 아직까지 연구소 수준에서 소량 생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500㎏ 이상 파일럿 생산을 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 업체다.
원소재를 기반으로 잉크나 페이스트 형태 중간 소재를 제조하는 곳은 한화케미칼, 동진세미켐, 창성, 포스코 등이다. 대규모 생산보다는 시장 추이만 살피고 있다. 원소재도 수입해서 사용한다.
CNC리소스는 시멘트에 그래핀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멘트에 그래핀을 적용하면 500도까지 온도를 손쉽게 높일 수 있다.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공항 일주로 등에 폭설이 왔을 때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수요가 없다.
CVD 박막 그래핀은 삼성테크윈에서 분리 독립한 해성디에스가 대규모 양산을 준비 중이다. 34인치 크기 대면적 그래핀 양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활용처를 찾지 못했다. 올해 대규모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투명전극 등으로 활용되기까지는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그룹도 그래핀 플레이크와 CVD 그래핀 기술을 개발했으나 사업화에 확답을 못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서 ITO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며 “보다 저렴한 원가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 방안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SKC 등도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업계가 적용 애플리케이션을 찾으며 머뭇거리는 동안 미국과 유럽지역 업체는 상용화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잽앤드고(Zap&go)는 그래핀을 적용한 스마트폰 충전용 ‘울트라 커패시터’ 제품을 오는 4분기에 출시한다. 5분 만에 1500㎃h 충전이 가능하다. 대량 생산을 위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보벡머티리얼스와 암스트롱머티리얼스 등은 리튬이온 전극 소재로 그래핀을 활용, 이차전지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보벡머티리얼스는 충전 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고, 다섯 배 이상 향상된 용량의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그래핀 전도성 잉크도 출시했다. 서먼(Thermene)은 그래핀 전도성 접착제를 올해 출시한다. 은나노접착제보다 월등한 성능을 나타내고, 연전도율도 11.11W/mK다. 3D그래핀랩에서는 그래핀을 첨가한 3D프린팅용 필라멘트를 생산, 지난 3월부터 시판하고 있다.
국내는 삼성테크윈이 지난 2013년 그래핀 기반 터치스크린을 개발한 바 있지만 ITO 필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상용시기를 놓쳤다.
이창구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스타트업이 차세대 소재 그래핀을 활용해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도 기존 그래핀 제조 업체 외 다양한 산업 분야 업체와 협업으로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 그래핀 상용화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