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은 지지”…사이트 열고 여론전 준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영권 승계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에 제안된 합병과 관련해 엘리엇에서 준비하거나 제작한 특정 공지사항이나 기타 다른 자료를 일반에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제작했다”며 개설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공개했다.

엘리엇은 사이트에 올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엘리엇의 견해’라는 제목의 파일 자료에서 이번 합병의 불공정성과 불법성을 거듭 주장했다.

엘리엇은 자료에서 합병안 결정 직전 시가 기준으로 산정된 합병비율(1대 0.35)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이번 합병 계약은 삼성물산을 심각하게 저평가했고 제일모직 주식의 시장 가치가 극단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며 “합병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주들을 위해 7조8000억원의 장부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를 반영한 합병안은 적절하거나 공정하지 않으므로 두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적합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삼성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합병이 진행되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 등 5가지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우려를 제기했다.

엘리엇은 이 자료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제출을 위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ISS는 내달 초 합병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물산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이 주주 제안한 안건을 내달 17일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추가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엘리엇이 제안한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의 개정의안’ 등을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승인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관련해 일부 위법 소지가 있으나, 원활한 합병절차 진행을 위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임시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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