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시리즈는 소형차다. 작고 야무진 해치백 디자인을 채택했고, 5명이 타기에는 실내 공간도 비좁다. 작은 차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BMW 프리미엄은 확실히 살렸다. 겉모습부터 주행, 안전·편의 장치까지 ‘BMW가 만든 소형차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주행 성능이다. 1시리즈는 소형 해치백 부문 유일의 후륜구동 차다. 뒷바퀴를 굴리고 무게 배분에서도 유리한 엔진·구동축 배치를 갖췄다. 덕분에 고속주행과 코너링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발휘한다. 엔트리급 소형차에서도 ‘BMW DNA’를 놓지 않으려는 시도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상당한 탄력을 발휘한다. 제원상 최고 출력은 150마력이지만 작은 차체를 퉁기기에는 넘치는 힘이다. 저속 구간에서도 민첩한 코너링과 균형 잡힌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변속감도 부드럽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엔진도 바꿨기 때문이다. 엔진 교체 첫 번째 목적은 유로6 배기가스 규제 대응이지만 성능도 높였다. 최고 출력은 7마력 높아졌다. 최대 토크는 32.7㎏·m 그대로지만, 토크 발휘 구간이 두 배가량 넓어졌다. 덕분에 실용 주행 구간에서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잘 달리면서도 조용하다. 굳이 언급하지 않으면 디젤 엔진으로 굴러가는 차임을 잊게 만드는 순간이 많았다. 실내 차음의 결과인지 원래 소음이 적은 것인지 창문을 내려 확인하기도 했다. 창문을 내려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승차가 새 차임은 감안해야겠지만, 오래된 가솔린 차보다 조용했던 주행은 제법 놀라웠다.
외관은 이전 모델보다 역동적인 느낌이 더 강조됐다.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은 더 크고 날렵해졌다. 앞 뒤 라이트를 모두 LED로 바꿔 은은하면서도 선명한 조명을 선보인다. 특히 3시리즈, 5시리즈 같은 다른 ‘형제’처럼 뒷태에 L자를 선명하게 새겼다. 전면부 디자인은 모양을 유지한 채 비율을 조금씩 바꿔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지만 뒷모습은 확실하게 변했다. 다른 해치백 차량보다 보닛이 길어 차별성도 갖췄다.
인테리어는 다른 시리즈 BMW 차량과 큰 차이는 없다. 특유의 센터 콘솔과 독립식 제어창 등이 고급감을 더한다. 운전석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뒷좌석은 확실히 좁다. 무릎 공간, 머리 공간 모두 웬만한 성인이 타기에는 비좁다. 후륜구동을 고집하면서 구동축 배치로 툭 튀어나온 가운데 바닥도 뒷좌석을 더 좁게 만든다. 이래저래 4~5명이 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실내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기대보다 넓다. 뒷좌석 쪽으로 깊게 들어가 있어 여행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레저 생활을 즐기는 신혼부부나 싱글족이 타기에는 딱 좋다.
가격도 부담이다. 118d 스포츠라인은 3890만원. 신형 엔진을 탑재하고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을 이뤘음에도 가격을 동결했지만 ‘여전히 비싼’ 차다. 상품으로만 보면 젊은 층에 잘 어울리는 차지만 가격은 웬만한 중형차 못지않게 비싸다. 다만 ‘돈 값’을 못하는 차는 아니다. 돈을 얹어주고라도 개성과 프리미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만큼 ‘소형차’라는 틀에 가두기에는 아까운 차다.
<BMW 뉴 118d 스포츠라인 주요제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