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기초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급증하는데 유독 폴리실리콘 가격은 하락하면서 시장경제 기초인 ‘수요공급 곡선 원칙’이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실리콘업계는 공정 효율로 원가 맞추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추가 하락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에 태양전지·모듈 기업은 원가 절감으로 영업익 확대를 바라보고 있다.
16일 태양광 제품 가격 정보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고순도(9N) 폴리실리콘 현물가격은 지난주 대비 0.7% 내려 ㎏당 15.58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1월 kg당 20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한 수치이자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지난 2013년 ㎏당 15달러선을 오갔다.
◇수요 증가도 아랑곳 않는 가격 폭락
업계에선 폴리실리콘시장 선도 기업 햄록, 바커, OCI 생산원가를 ㎏당 17~18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어느 업체도 현 가격대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극히 이례적이다. 태양광 수요가 역대 최고 수준이고 폴리실리콘 공급과잉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수요는 60기가와트(GW)에 근접하거나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60GW를 기준으로 필요한 폴리실리콘 수요는 30만톤으로 추산된다. 현재 폴리실리콘 공급은 약 36만톤 수준이다. 이를 모듈로 환산하면 65GW 정도다. 세계 재고가 80GW로 공급과잉이 훨씬 심한 태양광 모듈 가격이 와트(W)당 0.55달러선을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비정상이라는 분석이다.
김인환 한화케미칼 상무는 “요즘 태양광 수급을 감안하면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더욱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 폴리실리콘 가격을 수급만으로 설명하기엔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 다운스트림이 주원인인 듯
업계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원인을 태양전지·모듈 생산기업 다운스트림(발전사업개발·운영) 확대에서 찾고 있다. 태양전지, 모듈 생산기업은 다운스트림을 진행하면서 자사 태양전지·모듈 선택권을 확보하고 가격을 보장받아 수익률을 높인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제품 생산업체와 협상에서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할인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산업조사실 박사는 “폴리실리콘 시장은 구매자 협상권이 높고 장기공급계약 등을 앞두고 일부 업체가 고객 확보를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는 등 가격 하방 압력이 어느때보다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당 15달러에서 18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폴리실리콘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OCI는 1분기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소규모 흑자를 올렸다. 당시 모듈 가격이 ㎏당 20달러에서 18달러를 오간 것을 감안하면 최근 상황에서는 수익을 장담하기 힘든 구조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 이후 지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
◇태양광 모듈·전지 회사는 ‘표정관리’
반면에 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 기업은 원재료 가격보다 판가 하락폭이 적어 수익 개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강 박사는 “우리나라 폴리실리콘 기업은 공정 개선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속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최근 가격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드물다”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가격에 근접했고 태양광 수요가 꺾이지 않은 점, 공급과잉이 심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PV 인사이트)
·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