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업계 1위를 달렸던 차량용 블랙박스 회사 다본다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회사 자산과 자본금에 비해 부채 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블랙박스 장착점은 최근 다본다 제품 장착을 거부하고 있다. 이 회사가 홈쇼핑 등 마케팅 용도로 뿌린 ‘무료장착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다.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현금이 묶였고, 장착점은 무료 장착 비용을 돌려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장착 비용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6만원가량이다. 고가 수입차의 경우 10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본다 사세가 기울면서 앞으로 무료장착권을 받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도 이 비용을 직접 떠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다본다는 홈쇼핑을 통해서 많은 물량을 풀었는데, 홈쇼핑 구매 혜택에 반드시 포함됐던 것이 무료장착 쿠폰이었다”며 “지금은 장착점이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이 쿠폰에 대한 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장착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 경영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향후 소비자 피해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회사는 지난 2013년부터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채 총액이 자산 총액을 초과해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력과 회사 규모를 축소했고, 관계회사 ‘다본다 서비스’ 주식 90%도 매각했다.
기업 회생을 위해 지난 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돌연 취하했다. 이후 법정관리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다시 제출했다. 아직 법정관리 절차는 개시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법무 대행도 취소하고, 자체적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규모가 너무 커 회생절차 개시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부채 총액은 276억원인 데 반해, 자산 총액은 124억8000만원이다. 이 중 유동자산은 58억7000만원이고 자본금은 3억원에 불과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단 신청은 했으니 법원이 심리는 진행하겠지만 인수 가능성도 낮고 부채 비중도 커서 회생계획안 통과는 불투명하다”며 “회생 신청이 기각되면 파산 단계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본다가 무리하게 점유율 경쟁에 나선 것이 부실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다본다 재무 구조가 부실해진 것은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판촉만 믿고 제품을 선택했다가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본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15일 오전까지 전화가 불통 상태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