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남자는 스스로를 완벽하자고 다그치고 가정과 사회에서 그렇게 요구받는다. 그러나 과연 가능한 일인가.
‘우리 모두의 남편’은 가정과 일터에서, 처자식과 늙은 부모를 짊어지고 있는 남편들의 속내를 인터뷰해서 풀어놓은 책이다. 글에 등장하는 남자는 보통 가정 내 남편이자 사회인이다. 저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했다.
늘 가족 밖에 없다며 나만 잘하면 된다고 중얼거리는 남자. 가족을 묵묵히 뒷바라지하지만 어느 새 가족들은 대화가 안 된다고 멀어져 가는 사람. ‘체력이 떨어지거나 능력을 잃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하고 불안해하다가도 아내의 다정한 미소 한번에 마음이 녹고, 따뜻한 손 한 번 잡고 찜질방 가는 길에 모든 아픔을 잊는 남자.
혼자 지내기 싫지만 아무 말 못하고 아이들 다 대학 보내놓고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기러기 아빠. 외국에 십년 동안 장기출장 나가서 아내와 딸이 방학을 맞아 찾아 올 때마다 삶의 힘겨움을 다 잊고 행복해하는 남자. 시인과 건축쟁이라는 두 개의 심장으로 살아온 남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서 한없이 초라해졌다 자식에게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남자 등 솔직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랑과 증오의 아슬아슬한 경계부터 암이나 각종 질병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황이 글에 담겼다. 사이사이엔 저자의 연륜이 묻어난 에세이를 담아 마음속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방현희 지음. 푸른영토 펴냄.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