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시회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편화된 마케팅 전술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막연한 참가 이유와 미비한 준비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은 전시회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가 전시회 비즈니스 시작인 줄 아는 오류를 범한다.
전시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65% 이상 주요 방문객의 행로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해외 전시회는 일일이 바이어들을 찾아다니는 필드 마케팅보다 비용을 네배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어를 상대로 세일즈에만 급급하면 해외 전시회가 주는 전략적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사전 마케팅 과정에서 글로벌 포지셔닝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사전 교류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전 세계 바이어와도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기술 기업은 이러한 관계 형성을 AR(Analyst Relations)라 하는데, 다양한 제품 전문성과 폭넓은 최신 트렌드를 보유하고 세계 여론을 선도한다. 그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제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이는 바이어와 다양한 비즈니스 계약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의 견해를 담은 리포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던 마케팅 경로(전술)를 거쳐 단시간에 세계 기업을 접하게 된다.
1999년 미국 마케팅 펌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국·미국·독일 등 글로벌 기업 AR 투어를 지휘했다. CES, IFA 등 해외 전시회에서 미국 및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술이었다. AR 투어로 핵심 인더스트리들과 직간접 교류와 소통을 함으로써 기술 인사이트를 확보했다. 기업의 전략, 전술, 마켓 접근 방법, 테스팅 등을 바탕으로 미국·유럽 현지 마케팅을 실행 과정에 옮겼다.
기업의 메시지와 포지셔닝 방향을 잡으면서 브랜딩 파워를 극대화했다. 시장성이 없는 제품과 있는 제품을 각각 파악, 선별하고, 선택하고 집중했다. 이렇게 수년간 핵심 애널리스트와 적극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브리핑과 투어, 콘퍼런스 등을 직접 지휘하면서 많은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긍정적인 리뷰로 기업 브랜딩 파워 향상에 집중하며 글로벌 기업 세일즈에 긍정적,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데 주력했다.
그때만 해도 빅데이터나 소셜 미디어 시대 전이라 지금과는 달리 접근 방법(채널)이 한정돼 있었다. 오늘날에는 기술 혁명으로 이를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으로 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제품 개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커뮤니티의 상세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모던 마케팅으로 그들과 적극적인 소통과 지원을 함으로써 기업 브랜딩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전시회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인바운드 마케팅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모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때 반드시 기억할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매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리더를 확보한다. 시장 여론 형성을 위한 대표적인 전술인 백서(White Paper), 케이스 스터디, 웹 캐스트 등은 특히 미국, 유럽 시장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정보 제공을 위한 전술로 특히 IT 분야에서는 90% 이상의 바이어가 이를 기반으로 구매 의사를 확정 짓는다. B2C와 B2B 마케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시회 주최 측 또한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기술로 구매자들의 정보 입수 경로가 다양해지는 요즘은 이러한 전술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둘째, 전시회에 참가하는 오피니언 리더 리스트를 적극 활용한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이라면 인더스트리 미디어와 제품 애널리스트 커뮤니티의 명단을 전시회 주최 측에 요구할 수 있다. 사전 마케팅에서 초점을 두는 이 업무는 시장 리더들과 제품 브리핑을 확보한다. 유리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기업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셋째, 세계 곳곳의 숨은 바이어를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바이어보다 더 많은 바이어가 존재한다. 전시회 전후 제품을 인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모던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확보해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부스만 한산하지요?” 전시회에서 마주치는 한국 기업들에서 왕왕 받는 질문이다. 아직도 제품을 진열한 채 지나가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치열해지는 경쟁과 지속되는 불황 그리고 뉴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외 전시회를 준비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임수지 에머슨 대학 교수·트라이벌 비전 부사장 sim@tribalvi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