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치킨게임(Chicken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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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경쟁자 간 벌이는 싸움을 ‘치킨게임’이라 한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경주에서 유래했다. 양측이 각자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핸들을 먼저 꺾은 사람이 지는 경기다. 오래 버틴 사람이 승자고 핸들을 돌린 이는 패자다. 양측 모두 핸들을 꺾지 않으면 둘 다 ‘겁쟁이’ 취급은 면하지만 결국 충돌하면서 공멸한다.

‘치킨게임’ 용어는 이후 국제정치에서 자주 활용됐다. 196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 경쟁을 벌인 것이 대표적 예다.

최근 산업계에서 이 용어가 더 많이 쓰인다. 반도체 산업은 오랜 치킨게임을 거쳐 20여개에 달하던 D램 제조회사가 지금의 3개사 구도로 정리됐다. 삼성전자가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서 절대 강자에 오른 것도 험난한 치킨게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혈투에서 승자가 되려면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 간 치킨게임에서는 무엇보다 현금 동원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TV시장도 치킨게임 양상이다. 전체 파이는 커지지 않는 가운데 내수에서 성장한 중국 TV제조사가 해외로 사업 영토를 확대 중이다. 세계 1, 2위 TV 제조사인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맞불을 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LG 모두 TV사업에서 1분기 적자를 냈다. 환율 여파가 있었다지만 두 회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10년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일단 경쟁에 참가했으면 중간에 후퇴해서는 얻는 게 없다. 그렇다고 매몰비용(Sunk cost)이 아까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삼성과 LG의 향후 전략이 주목된다.

치킨게임에서는 간접적 수혜자도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용 패널은 비수기인 상반기에도 공급부족을 겪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연초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전자자동차산업부 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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